[기업&CEO]새 술은 새 부대에… 이미지 쇄신, 경영 정상화 가속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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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중소기업 동반자로 재도약
대출 모집인 영업관행 타파… 온라인 판매채널 활성화
SBI저축은행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이 새 리더십을 바탕으로 자구노력을 통한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수익성이 가파른 내림세를 타고 있고 불황 속 제2금융의 역할도 절실한 상황에서 수장이 교체된 만큼 새 리더십의 향방에 따라 회사의 판도에도 큰 변화가 예상된다. 소비자와 금융계가 SBI저축은행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저금리 신용대출 등 틈새시장 공략

SBI저축은행(총괄행장 김종욱·www.sbisb.co.kr)이 서민과 중소기업의 동반자로 거듭나고 있다.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을 일본 금융회사인 SBI그룹이 인수하면서 생긴 변화다. 계열사인 현대스위스2·3·4저축은행도 SBI2·3·4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꿨다.

SBI저축은행의 모회사인 일본의 SBI홀딩스는 총자산이 약 2조4944억 엔(약 29조 원)에 달하며 80여 개의 금융 자회사를 두고 있다.

원래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으로 출발했으나, 2006년 8월 소프트뱅크그룹에서 독립해 투자·금융업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SBI그룹은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중국 홍콩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러시아 터키 등 아시아 신흥국을 중심으로 20여 개 나라에 진출해 있다.

SBI저축은행은 과거 현대스위스저축은행 때와는 영업방침이나 자산운용 방식을 근본부터 싹 뜯어 고쳤다. 사실상 현대스위스저축은행과는 스탠스가 완전히 다르다.

거액 고금리 중심의 대출 전략은 이미 버렸다. 거액 대출보다는 소액대출 중심으로 영업 관행을 바꾸고 온라인 영업을 확대하는 등 현대스위스저축은행의 ‘색깔 지우기’에 나섰다. 이를 위해 현재 전체 소매금융 대출의 30∼40% 수준인 온라인 비중을 내년 말까지 70%로 끌어 올릴 방침이다. 온라인 영업을 강화하면 대손비용이 절반 이하로 줄고 대출 금리도 낮출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를 위해 SBI저축은행은 지난 2년간 300억 원 넘게 들여 구축한 신용위험평가 등 온라인 대출관리 시스템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일본 최대 인터넷 은행(SBI Net Bank)을 운영하고 있는 SBI그룹의 영업노하우를 저축은행에 응용한 것이다.

‘최대 3천만 원까지 30일 무이자 대출… 바빌론

3·3·3 캠페인’

대출모집인에게 의존하던 영업 관행도 바꿀 예정이다. 중간 모집인 없이 본인이 직접 인터넷이나 전화로 대출을 신청하는 판매채널을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다.

SBI저축은행은 온라인 쇼핑몰 납품 사업자 등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연 금리 8∼12% 수준의 신용대출 상품도 개발 중이다. 지금까지는 저신용자를 상대로 고금리 대출을 주로 했지만 10% 안팎의 다양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또 방만 및 부실경영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부동산 부실대출도 강도 높은 수술을 예고하고 있다. 부동산 PF대출이 전체 기업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현재의 50% 안팎에서 20% 초반으로 낮추고 업종을 다양화할 계획이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기업당 대출한도도 100억 원에서 25억 원으로 줄였다.

12월 30일부터 시행될 바빌론3·3·3 캠페인은 신규 고객과 추가대출 고객을 대상으로 매월 선착순 3만 명에게 3000만 원까지 30일 무이자 혜택을 제공하는 캠페인이다. 캠페인 대상 고객 중 30명을 추첨해 300만 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 또는 경품도 지급하고 있다.

SBI저축은행은 내년까지 인천 대전 부산 창원 수원 등 5곳에 지점을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부실 고름’을 짜내는 강도 높은 체질개선과 함께 건전성관리·수익성관리에 돌입한 SBI저축은행은 서두르지 않고 긴 호흡으로 소비자에게 다시 다가가겠다는 각오다.

▼ “곪은 곳 도려내고 소비자 신뢰 회복에 최선” ▼
인터뷰 / 김종욱 총괄행장


“곪은 곳을 완전히 도려내야 새살이 돋아납니다. 적당히 고름을 짜내는 식으론 기업 체질을 바꿀 수 없습니다.”

김종욱 총괄행장(56)은 SBI저축은행을 확실히 바꾸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뼈를 깎는 자구방안을 내놓으며 그가 절감했던 원칙 한 가지는 “수술은 근본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 김 행장은 서울대 산업공학과와 서울대 경영대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행정고시 23회에 합격해 옛 재무부 소속 기관인 전매청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곳에서 3년간 근무하다 공인회계사를 거쳐 민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대증권 IB본부장, 유진그룹 재무담당 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9월 SBI저축은행 대표가 됐다.

김 행장은 관료 출신이라는 점에서 여전히 자부심을 갖고 있다. 민간 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데는 공무원으로 일할 때 쌓은 경험과 자질이 도움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만나자마자 “실추된 저축은행의 이미지를 회복시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저축은행의 모럴해저드(도덕성 해이)를 질타하는 국민들의 쓴소리를 달게 받겠습니다. 그동안의 방만·무책임 경영을 걷어내고 업계 1위로서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리더가 달라지면 정책도 달라지는 게 당연하다. 기존의 큰 줄기의 영업 모델은 고객 신뢰 차원에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고금리 정책은 사실상 접었다. 앞으로는 대부업보다 훨씬 낮은 금리로 고객에게 다가갈 예정이다.

그는 “다만 장기 전략 없이 갑작스러운 방향 전환만 시도되면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과단성 있되 세심한 경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변화에 대한 의지는 정부에서 추진 중인 저축은행 활성화 방안과 더불어 더욱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그는 기대하고 있다.

김 행장은 용인술에서도 큰 변화를 줬다. 전임 대표 아래에서 큰 역할을 맡았던 임원들을 모두 물갈이했다. 기존 체제와는 확실히 선을 그은 셈. 그는 디지털 금융시대에 맞는 이익 극대화 방안으로 온라인 활성화를 제시했다. 아울러 서민금융을 극대화하고 소호 사업자와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키워 지역 밀착형 금융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내년 3월 증자가 마무리돼 재무구조가 건전해지면 저축은행에 대한 고객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홍보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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