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향의 제갈공명’ 서울시향 공연기획 자문 마이클 파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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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훈 감독이 음악적 역량 일으켰다면 파인은 기획자로 프로그래밍 설계

서울시향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황금손’ 마이클 파인이 있다. 그는 “처음 서울시향에 합류했을 때 지휘자들에게 서울로 날아와 주기를 설득하는 데 꽤나 노력이 필요했다”며 “이제는 훌륭한 지휘자들이 언제 다시 방문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서울시향의 눈부신 성장 뒤에는 ‘황금손’ 마이클 파인이 있다. 그는 “처음 서울시향에 합류했을 때 지휘자들에게 서울로 날아와 주기를 설득하는 데 꽤나 노력이 필요했다”며 “이제는 훌륭한 지휘자들이 언제 다시 방문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고 했다. 유니버설뮤직 제공
정명훈 예술감독(60)이 부임한 이후 지난 8년간 서울시립교향악단은 국내 클래식의 기준점으로 자리 잡을 정도로 뚜렷하게 성장했다. 과거 삐걱거리는 앙상블에, 흥행도 신통치 않았지만 이제는 완성도 높은 연주로 웬만한 서울시향 콘서트는 티켓 구하기가 쉽지 않다.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때 음악애호가들은 ‘서울시향보다 잘하는지 못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정 감독이 서울시향의 음악적 역량을 책임진다면 연간 프로그램과 투어 기획, 객원 지휘자 및 협연자 섭외, 음반 제작은 마이클 파인 서울시향 공연기획 자문역(63)이 도맡아 한다. 세계적인 음반 레이블 도이체그라모폰(DG) 부사장 출신인 그는 정 감독과 더불어 서울시향에 부임해 악단을 일군, 숨은 주역이다.

파인이 프로듀싱을 맡은 서울시향의 여섯 번째 DG 음반인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이 최근 선을 보였다. 2012년 12월 28, 29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연주회 실황녹음이다. 음악칼럼니스트 박제성은 “라이브의 매력이 잘 드러났다”며 “서울시향의 리코딩 밸런스가 정착됐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3주간 진행한 음반 녹음 작업을 마무리하고 있다는 그를 e메일로 만났다.

“최근 음반 레이블 상당수가 리허설이나 공연 없이 첫 세션에서 녹음을 진행하고, ‘긴급 발매’를 목표로 하는 추세입니다. 반면 서울시향은 매번 철저하게 준비된 상태에서 녹음을 하기 때문에 굉장한 호사를 누리죠.”

그는 정 감독의 예술적 감각이 반영된 서울시향의 사운드는 아름답고 따스한 현을 중심으로 또렷한 목관, 유연한 금관, 기량 높은 타악으로 균형이 잡혀 있다고 평했다. 음반에서는 무엇보다 현의 소리를 강조하고, 큰 편성의 베이스 섹션으로 풍부한 음색과 함께 전체적인 소리에 따뜻함을 더하고자 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무대 밖에서 연주하는 부분이 있는 말러 교향곡 2번(2012년 4월 발매)의 녹음이 가장 힘든 작업이었고, 말러 교향곡 1번(2011년 10월)과 차이콥스키 교향곡 6번(2012년 8월) 음반에는 특히 애착이 더 간다고 했다.

“믹싱을 할 때 종종 같은 작품의 유명한 음반을 듣고 비교합니다. 우리 음반에 대한 열정으로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실제 결과물을 그대로 보기 위한 것이죠. 말러 1번과 차이콥스키 6번은 최상의 음반이라고 자부합니다.”

서울시향의 내년 프로그램은 새롭고 도전적이라는 평을 받으며 기대를 모은다. 바그너의 ‘니벨룽의 반지’ 4부작 중 첫 작품 ‘라인의 황금’ 콘서트 버전(오페라 콘체르탄테)은 가장 이목을 끄는 공연 중 하나다. 거장 엘리아후 인발이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1번을, 토마스 체트마이어가 슈베르트 교향곡 9번을 지휘한다. 그동안 겐나지 로제스트벤스키, 유카페카 사라스테 등 걸출한 지휘자들에게 서울시향의 지휘봉을 들게 한 것도 그다.

“오페라 콘체르탄테의 팬입니다. 오케스트라에 존재감과 중요성을 부여하고, 독창자들이 세트, 의상, 연출에 구애받지 않으면서 역할에 집중하게 하죠. 2012년 ‘트리스탄과 이졸데’ 오페라 콘체르탄테가 성공을 거둔 뒤 ‘니벨룽의 반지’ 4부작을 선보이는 것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그는 한국의 실력 있는 젊은 연주자들에게도 늘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그의 추천으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2008년 세계적인 매니지먼트사 아스코나스 홀트와 계약을 하기도 했다. “한국에는 정말 대단한 음악가가 많습니다. 젊은 아티스트 가운데 지휘자 성시연, 작곡·편곡가 김택수,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 소프라노 캐슬린 김, 지휘자 정민에게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정명훈#마이클 파인#서울시립교향악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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