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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사모님도 단골 ‘광장시장 부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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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사모님도 단골 ‘광장시장 부티크’

동아일보입력 2013-12-26 03:00수정 2013-12-2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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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 전통시장 옆 ‘타운’ 형성… 명품 구설 우려한 고위층 부인 등
‘싼값에 고급 옷’ 입소문 퍼져
24일 서울 종로구 종로5가 ‘루체비타’ 사무실에서 업체 대표인 최광일 씨가 남성 맞춤복 재단 과정을 보여 주고 있다. 이탈리아와 일본에서 패션 공부를 한 최 씨는 “광장시장 근처에서는 질 좋은 수입 원단을 쉽게 구할 수 있어 고급 맞춤복을 신속하게 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현직 여성 국회의원 K 씨는 최근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옆 건물에 있는 작은 의상실에서 재킷을 맞춰 입었다. 이 의원은 명함을 주고받을 일이 많은 정치인답게 ‘명함을 넣을 수 있도록 왼쪽 가슴 근처에 큼직한 주머니를 꼭 넣어 달라’ ‘평소 자세가 꼿꼿하지 않으니 이 점을 고려해 달라’는 의견을 꼼꼼히 전달했다.

전직 장관의 부인인 O 씨는 최근 이 의상실 사장에게 ‘고맙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지인의 소개로 코트를 맞춰 입어 보았는데, 완성된 제품이 자기 마음에 꼭 든다는 내용이었다. O 씨는 다음번에는 더 많은 옷을 맞춰 입겠다는 약속을 남기기도 했다. 두 사람이 이곳에서 맞춘 옷은 각각 약 50만 원, 40만 원대다.

이들이 옷을 맞춰 입은 곳은 세계 유명 상표들의 진열장이나 유명 패션디자이너들의 부티크(의상실)가 모여 있는 서울 강남의 청담동이 아니다. 전통시장인 종로4가의 동문아케이드 건물 3층에 있는 맞춤복 부티크들이다. 매장 겉모습만 보면 허름하기 짝이 없는 이곳은 ‘사연이 있는’ 고위 공무원의 부인이나 ‘실속파’ 강남 사모님들이 즐겨 찾는 의상실로 입소문이 나 있다.


이곳을 찾는 이유는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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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것은 ‘보는 눈 때문에’ 고가 유명 브랜드의 옷을 입을 수 없는 사람들이다. A의상실 대표인 김모 씨(63·여)는 “정치인, 부장판사, 중견기업 회장의 아내들이나 방송사 아나운서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며 “이들은 구설수에 오르지 않기 위해 고급 유명 브랜드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멋을 낼 수 있는 맞춤옷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 반대 경우도 있다. 사교 활동을 위해 비싼 옷을 입고 싶지만, 옷 한 벌에 수백만 원의 돈을 들이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곳에서 팔리는 옷은 40만∼100만 원대다. 비슷한 수준의 원단을 사용한 유명 브랜드 옷에 비해 50∼90% 싸다. 7년 전부터 이곳에서 일해 온 김모 씨(61)는 “너무 비싼 옷은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적 지위 때문에 너무 싼 티가 나는 옷을 입기도 곤란한 이들이 주로 찾는다”고 말했다.

2011년부터 종로5가에서 맞춤형 브랜드 ‘루체비타’를 운영해 온 젊은 디자이너 최광일 씨(29)는 3월부터 본격적인 사업 확대를 꿈꾸고 있다. 김 씨는 “디자인과 개성을 중시하는 20, 30대나 방송인들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 전문가들은 이른바 명품이나 기성복에 밀려 2000년대 이후 활력을 잃은 맞춤복 시장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김승진 영남대 교수(융합섬유공학)는 “브랜드만 따지는 것이 아니고 개성 있는 전문 부티크 제품을 찾는 것은 패션업계를 봐서도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권기범 기자 kaki@donga.com
#광장시장#부티크#전통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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