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 “지역공항 회생 好機”… 항공업계는 발끈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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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 저가항공 에어아시아 “청주공항에 1억달러 투자해 한국지사 설립”

청주국제공항의 활주로 처리능력(이륙+착륙 횟수)은 연간 14만 회이지만 지난해 실적은 9159회로 활용률이 6.5%에 그쳤다. 제주국제공항(70.2%)이나 김포국제공항(57.5%)에 비해 현저히 낮다. 국제선 노선도 대한항공이 각각 주 2회 운항하는 중국 항저우 노선과 태국 방콕 노선 2개뿐이다. ‘국제공항’이라고 부르기 부끄러운 수준이다. 청주공항이 매년 50억 원대 적자를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청주공항에 최근 희소식이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저비용항공사(LCC)인 에어아시아가 청주공항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법인을 만들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충북도는 환영하고 있지만 국내 항공업계에선 외국계 LCC에 한국 항공시장을 내주는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박지성 선수가 한때 뛰었던 영국 프리미어리그 퀸스파크레인저스(QPR)팀 구단주인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이 최고경영자(CEO)다. 항공기 123대로 전 세계 168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LCC 중 수송실적으로 세계 10위다.

에어아시아가 한국법인 설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지난해 8월부터다. 회생절차를 밟고 있던 티웨이 항공 인수를 시도했지만 무산되자 올해 9월부터 국토교통부와 항공운송사업면허 취득을 위해 협의에 나섰다. 지난달에는 페르난데스 회장이 직접 국토부 관계자들을 만나 사업 추진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페르난데스 회장은 “사업면허를 발급받으면 항공기 정비단지와 승무원 교육센터, 호텔 건립 등에 1억 달러(약 1058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또 “5년 안에 청주공항에 20대의 A320 항공기를 투입하겠다”는 의향도 전달했다.

에어아시아는 한국법인을 ‘프렌차이즈’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한국 기업이 최대주주로 경영권을 행사하되 에어아시아의 항공권 발권 시스템을 공동으로 활용하고 항공기 임대 및 운항 노하우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에어아시아는 필리핀 태국 등 5개국에서 이런 방식으로 지사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에어아시아 한국지사 설립준비법인 김성년 대표는 “지분은 국내 중견 물류회사가 35%, 에어아시아 25%, 재무적 투자가 40%로 구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에어아시아 측은 사업면허를 발급받으면 청주∼제주 구간에 2014년부터 주 35편을, 국제선은 2015년부터 주 116편 편성하겠다는 운항 계획서도 국토부에 제출했다.

충북도 측도 에어아시아 한국지사 설립에 찬성하고 있다. 청주공항활성화대책위원회는 16일 충북도청에서 간담회를 열어 에어아시아 한국법인을 청주공항에 유치하는 것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욱 사무국장은 “세종시 관문인 청주공항에 국제노선이 주 4회밖에 운항하지 않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조만간 국토부에 충청도민의 의견을 담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내 항공사들은 에어아시아 한국법인 설립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국가 기간산업인 한국 항공산업을 해외 기업에 내주는 꼴’이라는 게 국내 항공업계의 논리다.

국내 항공사 관계자는 “에어아시아가 항공운송사업 경험이 없는 국내법인 및 재무적 투자가를 내세워 한국법인을 설립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에어아시아가 실질적으로 경영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라며 “외국기업이 사업을 지배하는 기업에 면허를 내주지 못하도록 한 항공법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항공업계에선 에어아시아 한국법인이 설립되면 가뜩이나 경쟁력이 취약한 국내 LCC들은 출혈경쟁으로 설 자리를 잃을 것을 우려하고 있다. 면허권을 쥔 국토부는 고심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정식으로 면허 신청이 들어오지 않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면서도 “외국 자본이 한국 항공시장에 들어오게 되는 것이어서 고려해야 할 게 많다”고 말했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청주공항#에어아시아#충북#지역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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