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매출채권보험 계약 13조원 돌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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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기업 부도땐 납품대금 80%까지 대신 지급… 정부 예산 늘려 내년 17조원 목표

유명 가구 제조업체 A사에 자재를 납품하던 한 중소기업 B 사장은 올 9월 아찔한 부도 위기를 넘겼다. 자금난을 겪던 A사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납품 대금 10억 원을 받을 길이 막막해진 것이다.

B 사장은 지난해 가입해 놓은 매출채권보험을 떠올렸다. 그는 “보험금으로 8억 원을 받아 부도 위기를 넘겼다”며 “보험료를 낼 땐 괜한 돈 버리는 게 아닌가 했는데 보험이 없었다면 회사가 무너졌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거래하던 기업이 부도나 법정관리로 결제대금을 주지 못할 때 대신 변제해 주는 매출채권보험이 중소기업의 든든한 보호막이 되고 있다. 대기업이 쓰러지면 연쇄도산의 공포에 떨어야 했던 중소기업에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 매출채권보험 규모 9년새 10배로 성장 ▼
납품대금 80%까지 지급

25일 신용보증기금에 따르면 지난해 6조9000억 원 수준이던 매출채권보험 계약 규모는 올해 들어 이달 15일까지 지난해의 갑절 규모인 13조 원으로 증가했다. 보험이 본격 시작된 2004년(1조3000억 원)의 10배로 성장한 것이다. 보험에 가입한 기업은 1만9000여 곳에 이른다.

매출채권보험은 신보가 정부 출연금을 받아 운영하는 중소기업 지원 제도. 받을 돈의 0.1∼5%(평균 1.6%)를 보험료로 내면 최대 80%를 보장받는다.

예를 들어 협력업체인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5억 원어치 부품을 납품한 뒤 현금 대신 매출채권(어음, 외상증서 등)을 받았을 경우, 신보에 800만 원 안팎의 보험료를 내고 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대기업이 부도 및 법정관리에 처하거나 자금난으로 2개월 이상 대금을 주지 못하면 보험금을 신청할 수 있다.

최근 매출채권보험이 급성장한 데는 웅진, STX, 동양 등 주요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 잇따라 어려움을 겪으면서 납품업체의 위험이 늘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소기업들의 가입 요청이 쇄도하자 5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보험 규모를 당초 계획(10조 원)보다 3조 원 더 늘렸다. 가입 대상도 연 매출액 300억 원 이하 중소기업에서 모든 중소기업으로 확대해 문턱을 낮췄다.

정부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기업 구조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자 내년 매출채권보험 관련 예산을 올해보다 30% 늘리기로 했다. 중소기업청과 신보는 보험 계약을 올해보다 4조 원 많은 17조 원으로 늘리고 그동안 가입을 제한했던 건설업체에도 문호를 열기로 했다. 벤처기업에는 보험료를 15% 할인한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매출채권보험#중소기업#납품대금#정부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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