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위기일수록 한걸음 물러서서 ‘판’을 읽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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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응급실은 늘 긴박하다. 분초를 다투는 상황도 잦다. 환자들은 대부분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의사는 최대한 빨리 환자를 응급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야 한다. 환자를 어떻게 조치할지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요구된다. 매번 사소한 결정에서도 과중한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응급실 의사들은 위급한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나름의 노하우를 터득하고 있다.

환자가 응급실에 오면 먼저 원인이 무엇인지 찾는다. 환자에게 몇 가지 검사를 실시하면 이후 어떻게 조치해야 하는지 큰 방향은 잡을 수 있다. 이상 징후가 동시에 여러 곳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일의 우선순위에 따라 가장 시급한 문제부터 해결한다. 하지만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할 때도 있다.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응급실에서 기본은 환자의 ABC를 살피는 것이다. A는 기도(Airway), B는 호흡(Breathing), C는 혈액순환(Circulation)이다.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지만 여전히 해법을 찾지 못했다면 자신의 역할을 다른 의사에게 넘기는 게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런 과정을 의료계에서는 ‘손을 바꾼다’고 말한다. 손을 바꾸는 것은 같은 사안이라도 다른 시각에서 보자는 취지에서 시도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문제를 해결하다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대체로 이전 방법에서 약간 변형된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으려고 한다.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해법을 구하려는 시도는 대부분 발생하지 않는다. 이럴 때 과감하게 손을 바꾸면 전혀 새로운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기 때문에 오히려 문제가 쉽게 풀릴 때도 있다.

응급실에선 특히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환자가 위태로운 상황에 빠졌다고 해서 의사가 위기를 느끼면 안 된다. 위기에 처한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환자다. 의사는 항상 차가운 마음으로 환자를 바라봐야 한다. 환자와 자신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환자가 죽어간다고 같이 위기를 느끼면 제대로 치료할 수 없다. 어려움에 처한 비즈니스 리더들도 마찬가지다. 위기에선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자신이 어디에서 틀렸는지 냉철하게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해법도 찾을 수 있다.

홍윤식 고려대 응급의학과 교수 yshong@korea.ac.kr
#DBR 경영 지혜#홍윤식#고려대 응급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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