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o 의약]SK케미칼, 국내 최초 ‘세포배양 백신’ 개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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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엔자에 대응 능력 갖춘다

올해 상반기에는 뇌수막염 백신과 일본뇌염 백신 등의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우리나라 백신 수급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에 따라 일부 보건소가 영·유아에 대한 백신 접종을 중단하면서 부모들이 애간장을 태우기도 했다.

지난 늦가을에는 이상 저온 현상이 나타나면서 독감 백신 수요가 급증했지만 백신이 남아있는 의료기관이 거의 없어 접종을 못한 채 그냥 돌아서는 일이 빈번히 생겼다. 일부 보건소의 경우 노약자 대상의 무료 접종을 중단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국내 백신 산업의 높은 해외 의존도 때문에 일어났다. 만약 세계적인 질병 대유행 상황인 ‘판데믹’(pandemic)이 발생하게 된다면 글로벌 기업들은 자국 위주, 큰 시장 위주로 백신을 공급하게 될 확률이 크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크고 자칫하면 국가적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다.

최근에는 테러집단들이 생물학적 무기로 테러를 저지르는 상황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생물 테러가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자체 백신을 개발해 탄력적으로 백신을 생산하는 능력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백신 주권’은 그만큼 중요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국내에서 백신 생산 능력을 갖춘 제약사는 많지 않다. 그중 한 곳인 SK케미칼은 ‘백신 주권 수호’를 외치며 백신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SK케미칼은 2006년부터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백신 사업을 시작했고 2008년에는 국내의 대표적 바이오벤처인 인투젠을 인수해 바이오 의약분야 진출을 가속화했다.

이러한 SK케미칼의 노력은 국내 최초로 도입하는 ‘세포 배양’ 방식의 백신으로 결실을 보고 있다. 세포 배양 백신은 포유류 세포주(세포 배양을 통해 계속 분열하고 증식해 대를 이을 수 있는 배양 세포)를 사용하는 백신 제조기술이다.

기존의 유정란을 이용하는 백신 생산 방법은 유정란 준비부터 시작해서 백신 생산에 이르기까지 6개월 정도가 필요해 위기 상황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쓸 수 없는 문제도 지적돼 왔다.

세포 배양 방식은 동물 세포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배양하므로 준비에서 생산까지를 3개월 정도에 끝낼 수 있다. 유정란 이용 방식의 절반 수준이다. 따라서 갑작스럽게 독감이 대유행할 경우에도 탄력적으로 생산량을 늘려 즉각 대응할 수 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예상치 못한 신종 인플루엔자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같은 신종 바이러스 유행 때에도 긴급 생산을 할 수 있다”며 “유정란이 필요 없어 조류독감 등으로 인한 유정란의 외부 오염으로부터도 자유롭다”고 말했다.

최근 SK케미칼은 경북 안동시 풍산읍에 있는 안동경북바이오단지 내 6만3000m² 용지에 세포 배양 방식 생산 공장을 완공하고 임상을 위한 시료 등을 생산 중이다. 연간 1억5000만 도즈(1회 접종량)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SK케미칼은 세포 배양 방식을 활용한 자체 백신 개발도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8월 국내 최초로 세포 배양 독감 백신의 임상 3상 승인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획득하고 임상에 들어갔다. 3상은 성인과 소아 모두를 대상으로 진행 중이다.

SK케미칼 관계자는 “계획대로 진행되면 내년 하반기쯤엔 식약처로부터 허가를 얻어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상을 이끌고 있는 범부처 사업단장 김우주 고려대 교수(감염내과)는 “3상을 통해 안전성 및 유효성이 입증되면 인플루엔자 대유행에 있어서도 ‘백신 주권’을 확보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케미칼의 안동 백신 공장은 제약 공장 중 세계 최초로 미국 친환경 건축물 인증제도인 ‘리드’(LEED·Leadership in Energy and Environmental Design)에서 골드 등급을 획득한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리드는 미국 민간 전문가 단체인 그린빌딩위원회(USGBC)가 1998년 제정한 공신력 있는 친환경 인증제도다.

이 공장은 에너지와 수자원 절감, 환경친화 부문 등에서 16가지 새로운 기술을 적용했다. 발광다이오드(LED) 조명을 사용해 전기 사용량을 줄이고, 화장실 변기에 쓰이는 물은 의약품 생산을 위해 정제 과정에서 버려지는 물을 재활용한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우수의약품제조관리(GMP) 규정을 준수하면서도 기존 공장보다 30%까지 에너지 절약이 가능하도록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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