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으로 들어가던 발걸음을 멈추고 우편함 앞에 서서 편지봉투를 뜯은 게 마지막으로 언제였을까요. 시인 함민복은 ‘자본주의의 사연’이란 시에서 ‘성동구 금호4가 네 가구가 사는 우편함…(중략). 왜 사연은 없고 납부통지서만 날아오는가’라고 적었습니다. 우편함에 담긴 것은 온통 고지서들뿐, 편지나 엽서를 발견하고 설레는 마음을 느껴본 지 오래입니다.
e메일과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는 요즘 편지나 엽서를 쓰는 사람은 찾기 어렵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애정이 담긴 고백도 카카오톡으로 하는 시대니까요. 빠를지는 몰라도 기다리는 동안의 설렘과 한 글자씩 써내려간 보낸 이의 흔적은 찾을 수 없습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중앙학술도서관에는 9일부터 빨간 우체통과 크리스마스 엽서가 놓였습니다. 디자인학과 학생들이 직접 디자인한 엽서입니다. 엽서를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보내준다는 말에 보름 만에 8000여 통의 엽서가 쌓였습니다. 받는 이는 고향에 계신 부모님, 군대에 간 친구, 한 해 동안 취업 준비에 힘들었던 자기 자신 등 다양합니다.
전국으로 보내질 엽서의 일부분을 지면에 옮겼습니다. 연말 8000개의 우편함에서 전해질 엽서의 따뜻함을 조금이나마 독자 여러분에게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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