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유애형]수돗물 수질 이제 믿어도 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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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내가 살던 곳은 서울 마포. 집집마다 수도가 놓이기 전이라 동네마다 공동 수도가 있었다. 수도라고 해도 지금처럼 수도꼭지만 틀면 물이 나오는 게 아니고, 하루에 한 번 혹은 두 번 정해진 시간에만 물이 나와서 동네 사람들이 그 시간에 맞춰 수돗물을 받으러 다니곤 했다.

우리 집도 예외가 아니어서 나를 비롯한 5남매가 엄마가 챙겨 주는 주전자, 물통 등을 들고 공동 수도 앞에서 길게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던 기억이 남아 있다. 그때는 수돗물이 너무도 귀해서 부엌 구석진 곳에 묻어 둔 항아리에 부어 두고 음식을 요리할 때에만 조금씩 떠서 아끼며 사용하곤 했다. 우물물 혹은 펌프물의 짐짐한 맛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는 맑고 깨끗하고 맛있는 물. 그게 바로 수돗물이라고 생각하며 살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가정마다 24시간 수도꼭지만 틀면 콸콸 쏟아져 나온다. 이렇듯 너무 쉽게 얻을 수 있는 물이어서인지 그 귀하던 수돗물을 홀대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식수는 모두 마트 등에서 따로 사먹고 수돗물은 식수는커녕 허드렛물로 여기고 있다.

2012년부터 수돗물 홍보협의회에서 가정에 공급되는 수돗물을 가족의 건강을 챙겨 주는 물이라는 의미로 ‘홈워터’라고 이름 붙이고, 수돗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기 위한 ‘홈워터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전국에서 선발된 홈워터 주부서포터스를 통해 주변의 가까운 이웃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 수돗물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공유하고 안전성을 널리 알림으로써 수돗물에 대한 이미지 개선을 위하여 노력을 이어 가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정수 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최근 고도정수처리장 도입으로 식수 공급 안전성과 품질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 한다. 이러한 질적, 양적 성장에 힘입어 우리나라의 수돗물이 유엔이 발표한 국가별 수질 지수에서 122개국 중 8위를 기록했다는 것은 세계적인 품질의 수돗물을 공급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품질이 우수한 수돗물을 각 가정으로 공급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 국민의 수돗물에 대한 신뢰도는 크게 나아지지 않는 실정이다.

나 역시 그간 수돗물에 대한 신뢰감을 갖지 못한 채 우연한 기회에 홈워터 캠페인 활동에 참여하게 되었다. 수돗물에 대한 막연한 선입견을 갖고 있던 나는 직접 우리 집 수돗물을 검사하고 다른 물과 비교 실험을 하는 등 직접 수돗물 상태를 확인하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우리 집 수도관에서 나오는 물이 정수기를 통해서 나오는 물, 그리고 일반 시중에서 판매되는 생수와 별반 다를 것이 없었다. 안심이 되면서도 한편으로 그동안 이 좋은 물을 믿지 못해 생수를 사서 마셨던 내가 어리석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후로 주변 지인들의 집을 방문할 때마다 수돗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버릇이 생겼다. 그들도 나처럼 수돗물을 불신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수돗물을 애용하고 있다. 말 그대로 애용이다. 좋아하여 애착을 가지고 사용하는 물. 이것이 바로 홈워터다.

유애형 홈워터 캠페인 주부서포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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