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웅 과장 “아제르바이잔 만찬서 아리랑 깜짝연주… 등재 확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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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문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등재 정부 실무 박희웅-홍진욱 과장

1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홍진욱 외교부 공공외교정책과장(왼쪽)과 박희웅 문화재청 국제교류과장. 짓궂게 부처 간 갈등은 없었는지 물었더니 “조직문화가 확실히 다르지만 서로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며 “요즘 정부 화두가 ‘협업’인데 우리가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웃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1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홍진욱 외교부 공공외교정책과장(왼쪽)과 박희웅 문화재청 국제교류과장. 짓궂게 부처 간 갈등은 없었는지 물었더니 “조직문화가 확실히 다르지만 서로 이해하는 폭이 넓어졌다”며 “요즘 정부 화두가 ‘협업’인데 우리가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웃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3일 저녁 아제르바이잔 바쿠. 제8차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정부간위원회가 시작된 지 이틀째 날, 아제르바이잔 문화부 장관이 주최한 만찬이 열렸다. 아직 ‘김장, 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 등재(5일)가 결정되기 전이라 한국대표단은 다소 긴장한 상태였다. 그런데 세계 정부 관계자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갑자기 한 바이올린 연주자가 ‘아리랑’을 연주하는 게 아닌가. 지난해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축하하는 깜짝 쇼였다.

“벅차오르던 감동이 잊히지 않습니다. 대표단 모두 일어나 손을 잡고 아리랑을 합창했어요. 참석자들이 환호와 기립박수를 보냈습니다. 왠지 아침 담벼락에서 까치를 마주한 기분이랄까요. 순간 ‘아, 김장문화도 별 탈 없겠다’ 싶었어요.”(박희웅 문화재청 국제교류과장·50)

18일 오후 서울 세종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만난 박 과장과 홍진욱 외교부 공공외교정책과장(47)은 잠시 회상에 젖은 듯 먼 곳을 응시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아리랑과 올해 김장까지 등재 현장에서 발로 뛴 주역이다.

당시 상황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처음 위원회 심사에 올라간 등재명칭이 ‘퇴짜’를 맞았기 때문. 한 위원국이 ‘김치를 먹는 문화가 한국만 있느냐’며 국가(in the Republic of Korea)를 표기하길 요구했다. 이번에 함께 등재된 ‘중국의 주산(珠算)’과 ‘일본의 와쇼쿠(和食)’처럼.

“요청국은 중국으로 추정됩니다. 이전부터 조선족을 근거로 김장문화 단독 등재를 주시해 왔거든요. 우린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미 이의 제기를 예상하고 바로 수정 절차를 진행했거든요. 그 대신 ‘김장’은 한국의 김치 담그는 문화라고 박아버렸잖아요. 다른 나라에서 김치 담그는 건 김장이 아닌 셈입니다.”(홍 과장)

게다가 이번 위원회는 무형문화유산 분야에서 한국의 위상을 재확인하는 자리기도 했다. 이미 알려졌듯 한국과 중국, 일본은 1997년 협약 채택 때부터 적극 참여해 발언권이 세다. 중국과 일본은 정치·역사적 역학관계 탓에 서로 견제도 심하고 다른 나라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반면에 한국은 상대적으로 호응이 좋다. 한국은 인도와 함께 ‘조정국’ ‘중재국’ 대접을 받는다.

“2014년은 한국에 길한 해가 될 겁니다. 현재 정부간위원회 위원국(22개국)인 중국, 일본이 내년 임기가 만료되거든요. 6월 선거에서 (2008∼2012년 위원국이던) 한국이 다시 위원국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지 분위기만 보자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한 자리는 우리가 차지할 겁니다.”(박 과장)

두 사람은 앞으로도 정신없이 바쁠 것 같다. 한국은 무형문화유산에서 내년 ‘농악(풍물놀이)’, 2015년 ‘제주해녀문화’와 ‘줄다리기’ 등재를 노린다. 한 해 1국가 1유산이 원칙이나 줄다리기는 베트남, 필리핀, 캄보디아와 공동등재라 비켜갈 수 있다. 홍 과장은 “등재 노하우가 적은 세 나라는 일종의 공적개발원조(ODA)라며 고마워한다”며 “우리 등재도 소중하지만 해외 유산의 등재에도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김장#유네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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