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경영 지혜]어제의 혁신이 오늘도 혁신일 수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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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트닷컴이라는 온라인 사이트가 있다. 이 회사의 창업자인 케빈 라이언은 프랑스를 여행하던 중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는 광경을 봤다. 알고 보니 그곳은 고급 상품의 재고를 60% 이상 싸게 파는 장소였다. 고급 브랜드 중에는 이미지 관리를 위해 할인 없는 정책을 고수하는 곳이 많다. 실제로 에르메스 같은 브랜드는 재고를 싸게 처분하기보다는 차라리 태워버린다. 아주 가끔 재고를 내놓더라도 미리 알리지 않고 게릴라성으로 진행한다. 프랑스의 긴 행렬은 이런 브랜드의 급매 사실을 알고 몰려든 사람들로 인한 결과였다.

이 사실에 착안해 만들어진 사이트가 바로 길트닷컴이다. 고급 브랜드의 재고 상품을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사이트다. 이 사이트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부정적이었다. 숨기고 싶은 행사를 공개적으로 진행한다는 것은 보수적인 명품업계가 받아들이기 힘든 파격이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불황이 심해지면서 온라인을 통해서라도 재고를 처분하고 싶어 하는 기업이 늘었다. 길트닷컴은 초대된 사람만, 한정된 시간 안에 쇼핑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써서 마치 명품 브랜드가 충성 고객에게만 제공하는 특별한 대접을 받는 듯한 경험을 갖게 했다. 그 결과 한동안 미국 여성들은 점심시간이 돼도 식사하러 가지 않고 길트닷컴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 자리를 지켰을 정도로 열풍이 불었다.

시간이 갈수록 길트닷컴의 인기는 시들해졌다. 처음에는 초대받은 사람만 이용할 수 있었지만 고객 확대를 위해 접근 가능 대상을 늘리면서 이용자가 특권을 느끼기 어려워졌다. 고급 브랜드들이 길트용 물건을 따로 제작한다는 루머까지 돌았다. 어제의 혁신이 오늘도 혁신으로 이어지리란 보장은 없다. 혁신은 그 자체로 생물과 같아서 제자리에 머물지 않고 때에 따라 변하며 끊임없이 진화하는 속성을 지닌다. 끊임없이 개선하고 보완하지 않으면 지속 가능한 혁신은 불가능하다.

에린 조 미국 파슨스대 교수, ‘아웃런’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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