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담배 만들던 공장서 예술과 소통을 꿈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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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날레 여는 청주 연초제조창… 市, 시민예술촌으로 변모 추진

충북 청주시는 옛 연초제조창을 세계적인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로 하고 2020년까지 정부와 연계해 체계적인 개발을 하기로 했다. 청주시 제공
충북 청주시는 옛 연초제조창을 세계적인 문화예술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로 하고 2020년까지 정부와 연계해 체계적인 개발을 하기로 했다. 청주시 제공
화력발전소를 문화공간화한 영국의 테이트모던, 기차역을 미술관으로 발전시킨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 전선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킨 핀란드 카펠리. 이들은 모두 제 역할을 다한 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가 세계적인 문화예술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난 곳이다. 충북 청주시 상당구 내덕2동에 있는 옛 청주 연초제조창도 이들처럼 세계적인 전시 문화의 장(場)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 도심의 흉물에서 공예의 메카로

옛 청주 연초제조창은 1946년 경성전매국 청주 연초공장으로 문을 열었다. 13만5000m²의 용지에서 2000여 명의 근로자가 연간 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하고, 17개국으로 수출하는 등 국내 최대 규모의 담배공장이었다. 하지만 산업화와 담배 소비 감소 등으로 1999년 공장 폐쇄가 결정됐고, 2004년 가동이 완전히 중단됐다. 10년 가까이 청주의 흉물이자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이곳은 2011년 문화예술공간으로 변신한다. 청주시가 건물을 사들인 뒤 1999년부터 격년제로 열고 있는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를 이곳에서 연 것.

당시 이곳을 찾은 국내외 인사들은 한목소리로 호평했다. 톰 핀켈펄 미국 퀸스미술관장은 “높고 넓은 공간과 두꺼운 바닥, 잘 보존된 노출콘크리트 등은 미국과 유럽의 어떤 문화공간보다 훌륭하다. 지역을 뛰어넘어 세계 문화예술인들이 소통하고 교류하는 글로벌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시 국립현대미술관장이었던 배순훈 씨는 “세계적인 미술공간으로 손색이 없다”며 “정부와 청주시가 차별화된 문화전략을 세워 지속가능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 한다”고 했다. 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도 “다양한 문화가 물결치는, 창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공간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올해에도 9월 11일부터 10월 20일까지 ‘익숙함 그리고 새로움(Something Old Something New)’을 주제로 2011년에 이어 두 번째 공예비엔날레가 성황리에 치러지면서 명실상부한 세계 공예의 허브로 떠올랐다. 또 국립현대미술관 분관(수장보존센터)도 유치했다.

○ 통합 청주시민의 꿈 담아 세계적 문화산업 융·복합단지로 개발


청주시는 이곳을 시민사회의 다양한 꿈과 희망을 담은 역동적이고 창의적인 공간으로 발전시키기로 하고 ‘청주 연초제조창 활용전략’ 밑그림을 내놨다. 기본 방향은 △옛 담배공장 건물의 보존과 활용(역사성) △문화예술 콘텐츠의 집적화(문화성) △융·복합 컨버전스 및 창조적 가치 실현(CT) △지역과 국제성의 조화(글로컬) △지역경제 활성화(경제성) △시민과 국제사회의 소통(개방 및 참여)으로 잡았다.

이를 위해 청주시는 최근 2년간 20여 차례의 토론회와 전시회 등을 통해 시민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모았다. 또 청주시와 청주시문화재단이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시민사회 및 분야별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는 ‘거버넌스형 여론 수렴 과정’도 거치고 있다.

주요 개발 계획을 보면 담배공장 본관에는 비엔날레 상설관과 컨벤션센터, 전통공예센터, 문화융성센터, 부티크호텔, 하늘정원 등이 들어선다. 또 동부창고에는 시민예술촌을 만들 예정이다. 청주첨단문화산업단지에는 에듀피아와 북카페 등 서비스 시설을 만들고, 국립현대미술관 수장보존센터에서는 전시와 교육, 아카데미 등의 연계사업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안덕벌과 밤고개, ‘제빵왕 김탁구’ 촬영지로 유명한 수암골 등을 연계한 도심 재생 프로젝트와 담배공장 주변 마을의 문화적 도시 재생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조각공원과 시민광장, 주차장 등을 조성한다. 이 밖에 세계동화마을 테마파크, 노벨문학상 테마파크, 국립헬스케어센터, 지식인의 서재(책의 전당), 스타 뮤지엄(스타 창작센터), 박물관 클러스터(테마파크) 등도 구상 중이다.

청주시는 2020년까지 이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문제는 1400억 원 이상으로 예상되는 예산 확보다. 이를 위해 청주시는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 선도사업을 비롯해 문화부의 전통공예센터 유치, 산업통상자원부의 수공예센터 유치, 지역발전위원회의 지자체 간 연계협력 사업 등 정부 공모사업과 정책사업에 적극 참여해 필요한 재정을 확보할 계획이다. 한범덕 청주시장은 “문화적 재생, 시민 참여와 감동, 글로벌 콘텐츠, 경제적 가치 극대화를 대원칙으로 삼았다”라며 “정부의 정책사업과 연계하고, 예산 확보가 가능한 사업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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