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 전문기자의 V리그 레이더] 바실레바 57점 대기록 세우고 미리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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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24일 07시 00분


흥국생명 바실레바. 스포츠동아DB
흥국생명 바실레바. 스포츠동아DB
대표팀 차출 앞두고 출국 당일까지 경기
동료들도 고마움 담아 성탄절 카드 선물

커플석 무료 등 크리스마스 이벤트 풍성
3R부터 새 비디오 판독 규정 적용 논란


프로배구 V리그에서 가장 이벤트가 많은 3라운드다. 25일, 31일, 내년 1월1일은 배구팬들이 가장 기다리는 날 가운데 하나다. 3라운드가 끝나면 내년 1월19일에 올스타전도 벌어진다. V리그 10년을 기념하는 큰 잔치다. 다양한 행사가 팬을 기다린다. 1∼2라운드를 치르면서 모든 팀의 장단점은 다 드러났다. 필요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하고 수혈하느냐 선택만 남은 시기다. 팀이 전력보강을 위해 움직일 최후의 시기가 3라운드다.

● 팀에 크리스마스 선물 안긴 바실레바

흥국생명 바실레바(사진)가 19일 도로공사전에서 57득점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V리그 남녀 합쳐 통산 2번째이자 여자부 한 경기 최다득점 신기록이다.(표 참조) 바실레바는 이날 출전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불가리아배구협회는 자국에서 벌어지는 세계선수권 예선을 위해 차출을 요청했다. 한국으로 오기 직전 당한 부친상도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왔던 바실레바였다. 구단은 선택권을 줬다. 원하면 먼저 가도 좋다고 했다. 바실레바는 경기를 마치고 밤 비행기로 가겠다고 했다. 19일 오전 국내선수들끼리 하는 서브와 서브리시브 훈련도 제외해줬지만 참가했다. 팀에 선물을 주고 가겠다는 의지였다. 동료들은 크리스마스카드를 만들어 선물했다. 바실레바에게 그동안 느꼈던 고마움과 고국에서 성탄을 잘 보내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한글이어서 본인이 이해할지는 알 수 없지만 마음만은 전했다. 바실레바는 상대팀 니콜이 뜨면 함께 떠올라 블로킹을 하고 스파이크를 꽂으며 자존심 싸움을 했다. 5세트 무려 12득점을 하며 팀에 승리를 안긴 바실레바의 투지를 보고 류화석 감독은 “진정한 프로선수”라고 했다.


● 크리스마스가 외로운 사람이라면 배구코트로

크리스마스이브와 성탄절 홈경기의 행운을 잡은 팀은 LIG손해보험(구미) 현대건설(수원) 삼성화재 인삼공사(이상 대전)다. LIG는 24일 한국전력과 3라운드 첫 경기를 한다. 15일 현대캐피탈전에서 역대 최다 관중기록을 갱신한 LIG는 ‘Christmas with LIG Greaters’ 이벤트를 한다. 붉은색 혹은 크리스마스 의상을 하고 박정희체육관을 찾는 팬들은 무료입장할 수 있다. ‘베스트드레서’는 호텔숙박권, 한우세트 등 경품도 기다린다. 커플의상을 입고 오는 연인 가운데 선착순 5쌍에게는 ‘커플석’도 무료다. 선수들은 산타복장으로 등장한다.

삼성화재는 25일 충무체육관 안팎에 대형 트리를 설치한다. 스태프는 팀의 상징인 푸른색 모자를 쓰고 현장 진행을 돕고 응원단장도 파란색 산타복으로 응원한다. 산타클로스가 관중석 곳곳을 돌며 어린이들에게 선물 보따리를 푼다. 경품도 많다. 크리스마스 트리 앞에 불우이웃 돕기 모금함도 설치한다. 인삼공사 선수들도 크리스마스 스페셜 유니폼을 입고 출전해 성탄절을 기념한다.

기업은행 선수들은 성탄선물을 미리 받았다. 22일 GS칼텍스 경기를 앞두고 감독은 “이기면 성탄선물로 휴가를 주겠다”고 약속했는데, 경기결과는 3-0 승리였다. 타국에서 생활하던 남편이 한국으로 휴가차 온 카리나는 22일 경기 때 더욱 힘을 냈다는 후문.

한편 한국배구연맹(KOVO)은 다음 시즌부터 특정날짜를 기념하는 이벤트 경기를 기획하고 있다. 개막전, 성탄절, 신년, 3월1일 등 특정 날짜에는 특정 장소에서 경기를 하는 방안이다. 3월1일에는 반드시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경기를 하고 1월1일에는 특정 경기장에서 경기를 하는 것 등을 아이디어로 검토하고 있다. 각 구단의 이해가 얽혀 동의가 필요하다.

● 시즌 도중 룰을 바꾼 V리그

3라운드부터 새로운 비디오 판독 규정이 적용된다. 13일 제2차 기술위원회에서 결정된 것으로 3가지가 달라졌다. 현장의 의견을 받아들였지만 시즌 도중 리그운영의 룰이 달라지면 기록의 동질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 한 시즌은 같은 조건에서 진행되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규정을 바꾸면 더 큰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룰의 변경은 항상 신중해야 한다.

비디오판독 규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법을 만들었던 정신이다. 지금은 말이 합의판정이지 비디오 판독이 남발되고 있다. 경기의 흐름이 계속 끊어지고 있다. 더 큰 문제다. V리그가 마치 방송용 비디오게임으로 전락한 느낌이다. 합의판정은 심판들의 최종결정이며 이때 비디오가 끼어들어서는 안 된다. 지금은 경기당 많으면 10차례 넘게 비디오 판정을 하고 있다. 배구는 심판의 눈과 양심으로 판정하는 경기지 결코 기계가 판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심판을 존중하고 판정을 믿으라고 하는 것이다.


marco@donga.com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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