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점이 영세업?… 생각 바꾸면 유망벤처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프로즌 요거트 뉴욕1위 ‘16핸들스’의 솔로몬 최 대표

미국 뉴욕에서 셀프 서비스를 도입한 프로즌 요거트
가게를 선보인 ‘16핸들스’의 솔로몬 최 대표.
16핸들스 제공
미국 뉴욕에서 셀프 서비스를 도입한 프로즌 요거트 가게를 선보인 ‘16핸들스’의 솔로몬 최 대표. 16핸들스 제공
“음식점업이 영세 자영업이라고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사업에 비전과 확장성이 있다면 음식점업도 벤처입니다.”

미국 뉴욕지역 1위 프로즌 요거트 브랜드 16핸들스를 운영하는 한국계 미국인 솔로몬 최 대표(33)는 20일 기자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창업진흥원이 주최한 ‘글로벌 케이앱(KAPP)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16핸들스는 최 대표가 2008년 뉴욕대 옆에 1호점을 열면서 시작했다. 뉴욕에서 프로즌 요거트에 처음으로 셀프서비스를 도입해 젊은층에 인기를 끌었다. 이름처럼 소비자들이 16종의 요거트 중 원하는 맛을 골라 핸들(손잡이)을 당겨 그릇에 담고 토핑도 약 80개 중 직접 고른 뒤 무게를 재 계산하게 했다. 손님들에게 재미를 주면서 인건비도 줄일 수 있었다. 최근 이를 본떠 국내에도 서울 홍익대 인근에 ‘플레이스요’ ‘스노우스푼’ 등 셀프서비스 프로즌 요거트 가게가 생겼다.

한 살 때 부모님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간 최 대표는 어려서부터 갖고 싶은 것은 스스로 얻어냈다. “열 살 때 인라인스케이트(롤러블레이드)가 정말 갖고 싶었는데 100달러나 했어요. 부모님이 사주시지 않았죠. 친한 형에게 타던 것을 싸게 팔라고 했더니 50달러를 달라더군요.”

그는 당시 한창 유행하던 ‘야구 카드’를 떠올렸다. 그는 희귀한 카드를 구한 뒤 친구들에게 주고 그 대신 자신이 필요한 물건을 받았다. 일종의 물물교환 방식을 도입해 용돈을 아꼈고 얼마 뒤 인라인스케이트를 살 수 있었다.

최 대표는 “어려서부터 ‘왜 이렇게 해야 하지? 더 나은 방법은 없나?’라는 질문을 달고 살았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운영하던 일식집, 렌터카 회사 등에서 일했던 경험은 유통업 창업의 기반이 됐다.

뉴욕은 하루가 다르게 유행이 바뀐다. 최 대표는 “3년 전엔 컵케이크, 1년 전엔 마카롱, 지금은 도넛이 유행일 정도로 뉴욕은 패션과 음식에서는 혁신의 도시”라며 “그래서 16핸들스를 뉴욕에서 시작했고 프로즌 요거트가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키웠다”고 말했다.

메뉴를 스낵, 커스터드, 샌드위치 등으로 확장했고 매장 곳곳에 디스플레이를 설치해 요거트 제조 과정을 보여줬다. 매장 분위기는 밝게 꾸며 젊은층의 ‘만남의 장소’로 자리 잡았다. 새로운 맛을 출시할 땐 페이스북에서 투표를 받아 소비자와 소통을 늘렸다. 내년엔 결제, 멤버십 등 기능을 담은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출시할 계획이다.

현재 뉴욕 등 미국 동부에 40여 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16핸들스는 내년 미국에 15개의 매장을 더 열 계획이다. 중동과 파나마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그는 “최근 창업이 대부분 정보통신기술(ICT)에 몰려 있지만 음식점업도 비전, 새로움, 확장성 등을 갖추면 얼마든지 벤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기술 창업자 중엔 2, 3년 뒤 대기업에 팔고 손 털겠다는 사람이 꽤 많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는 비전이 있습니다. 16핸들스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운 뒤 조만간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겁니다. 기술 창업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매일 아이디어가 넘치거든요.”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16핸들스#솔로몬 최#프로즌 요거트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