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관용없다” 법치 바로세우기 强攻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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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 본부 사상 첫 공권력 투입
철도파업 지도부 피신… 체포 못해
민노총 “28일 총파업-대정부 투쟁”

“경찰 못들어온다” 스크럼 짜고 저지 22일 오전 경찰이 민노총 본부가 입주한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민노총 조합원들이 문을 잠그고 진입을 막자 경찰과 소방대원이 1층 정문 유리문을 부수고 있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로비에서 서로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짜는 등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해 강하게 저항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경찰 못들어온다” 스크럼 짜고 저지 22일 오전 경찰이 민노총 본부가 입주한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로 진입하는 과정에서 민노총 조합원들이 문을 잠그고 진입을 막자 경찰과 소방대원이 1층 정문 유리문을 부수고 있다. 민노총 조합원들은 로비에서 서로 팔짱을 끼고 스크럼을 짜는 등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해 강하게 저항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박근혜 정부가 철도노조 불법 파업에 ‘법과 원칙’을 명분으로 초강경 승부수를 던졌다. 14일째 파업 중인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22일 이들이 은닉 중인 곳으로 알려진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사 건물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본부에 경찰을 투입시킨 것이다. 민노총 본부 사무실에 공권력이 투입된 것은 1995년 민노총 설립 이래 처음이다. 하지만 이를 간파한 민노총과 철도노조가 체포영장이 발부된 지도부 10명을 빼돌려 ‘체포영장 집행’은 수포로 돌아갔다.

경찰은 이날 오전 9시경 경찰병력 47개 중대(약 4000명)를 민노총 본부 건물 인근에 배치한 뒤 법원이 불법 파업을 주도한 혐의(업무방해)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김명환 철도노조위원장 등 10명을 체포하기 위한 진입작전에 돌입했다. 경찰과 노조원 간의 물리적 충돌은 밤까지 계속됐고 지도부는 한 명도 검거하지 못한 채 오후 10시경 경찰작전이 종료됐다.

경찰의 민노총 강제 진입은 사사건건 노동계와 갈등을 빚었던 이명박 정부 때도 없던 일이다. 당장 노정 관계의 악화는 불가피해졌으며, 여야 관계도 더욱 대결국면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의 전격적인 공권력 투입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다. 이달 9일 철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자마자 코레일은 노조 집행부 194명을 경찰에 고발하고 4356명을 직위 해제했으며 19일 77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불법에는 관용 없다”는 강공 드라이브를 지켜본 전문가들은 박근혜 정부 노동 정책의 이정표가 분명해졌다고 입을 모았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의 설립신고 반려(8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화(10월) 그리고 철도노조 파업까지 ‘법과 원칙’에서 결코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도부 체포에 실패했지만 불법 파업에 대해서는 계속 세게 밀어붙일 것”이라며 “이번 작전의 목적은 법과 원칙에 따라 움직이는 공권력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1980년대 불법 파업에 맞서며 보여줬던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의 ‘대처리즘’을 연상케 하는 ‘박근혜식 원칙주의’의 대표적인 사례라는 것이다.

이번 강경조치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노동계와 ‘전면전’에 나설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고용률 70%라는 목표를 달성하려면 노동계의 협조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철도 파업과 달리 다른 노동 현안에 대해서는 유연한 자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민노총에 첫 공권력 투입’ 동영상이 담긴 채널A 리포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찍으면 ‘민노총에 첫 공권력 투입’ 동영상이 담긴 채널A 리포트를 보실 수 있습니다.
민노총은 22일 비상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통해 28일 총파업을 하는 등 대(對)정부 총력투쟁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박근혜 정부의 22일 선택이 악순환 고리를 벗어나지 못해온 노사정 관계의 정상화를 위한 ‘의미있는 산고(産苦)’가 될지, 소모적인 극한 대립과 불신만 깊게 하는 무리한 강경책으로 기록될지, 우리 사회 전체가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섰다.

김수연 sykim@donga.com·조종엽 기자
#철도 파업#철도 노조 지도부#민노총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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