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현장 이슈]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 지지부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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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km 출근길이 1시간… 분통 터지다못해 포기”

19일 오전 경기 포천시 소흘읍 43번 국도가 출근하려는 차들로 심각한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대체도로인 구리∼포천 간 민자고속도로는 착공한 지 1년 반이 되도록 보상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공정이 3%에 머무는 등 지지부진하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19일 오전 경기 포천시 소흘읍 43번 국도가 출근하려는 차들로 심각한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대체도로인 구리∼포천 간 민자고속도로는 착공한 지 1년 반이 되도록 보상비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공정이 3%에 머무는 등 지지부진하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도대체 구리∼포천 고속도로가 생기기는 하는 겁니까. 이젠 포기하고 삽니다.”

2년 전 경기 의정부 민락지구로 이사 온 직장인 이모 씨(33)는 매일 아침 출근시간만 되면 울화통이 터진다. 직장이 있는 경기 포천 대진대 인근까지 가려면 43번 국도를 이용해야 하지만 차들로 꽉꽉 막히기 때문이다. 43번 국도는 서울∼포천을 연결하는 왕복 4차로로 출퇴근 시간 때면 밀려드는 차들로 2, 3시간 교통체증을 빚는다.

이 씨의 집에서 직장까지 거리는 불과 10여 km. 평소 차로 20분이면 족하다. 하지만 출퇴근 시간에는 1시간 이상 걸린다. 포천지역은 소규모 공장들이 밀집해 있어 자가용 출퇴근자가 많다. 하지만 우회도로가 없는 데다 승용차 말고는 마땅한 대체 수단이 없다. 사실 이 씨가 포천에서 처가가 있는 의정부로 이사한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직장 동료로부터 구리∼포천 간 민자고속도로가 생기고 이 도로가 개통되면 출퇴근도 쉬워질 것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도로는 몇 년째 깜깜 무소식이다. 이 씨는 “언제까지 이런 지옥 출퇴근을 할지, 이사를 가야할지 고민”이라고 토로했다.

수도권 동북부 지역의 교통난을 해소하겠다며 시작된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 건설 사업이 예산부족에 따른 보상 지연으로 지지부진하면서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2002년 7월 민간의 제안을 받아 ‘구리 토평동∼남양주∼의정부∼양주∼포천 신북면’(44.6km)과 ‘포천 소흘∼양주 봉양동’(5.94km) 등 전체 50.5km를 4∼6차로로 잇는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 사업을 추진 중이다. 민간사업자가 1조6200여억 원을 투입해 2017년 6월 완공하는 대형 공사다. 노선 변경, 탄약고 이전 등의 문제로 지자체 간 갈등을 빚다 사업 제안 10년 만인 지난해 6월에서야 간신히 첫 삽을 떴다.

하지만 공사를 시작한 지 1년 반이 지나도록 보상을 제대로 못해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현재 425만4000m²에 이르는 땅을 보상하는 데 필요한 보상비는 1조2500억 원(2011년 책정가 기준). 보상비는 정부가 전액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까지 17%인 1900억 원(79만7000m²·국유지 포함)만 예산이 집행됐다. 1조 원 이상 돈이 더 필요한 셈이다.

해당 지자체나 주민들은 보상비를 빨리 반영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 재정 여건상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는 일단 내년 말까지 75% 보상을 완료한다는 입장이다. 국회 상임위에서 내년도 보상비로 5000억 원가량을 책정했다. 하지만 이 예산이 국회 예산결산위원회에서 전액 받아들여지더라도 보상 진행에만 최소 6개월∼1년이 걸려 2017년 완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구리∼포천 민자고속도로 전체 공정은 현재 3%에 머물고 있다. 보상비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보니 보상이 이뤄진 구간에만 공사가 찔끔찔끔 진행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보상이 늦어지면서 지가 상승에 따라 보상비도 덩달아 상승하고 있다는 것. 2007년 보상비로 7700억 원 정도를 예상했지만 4년 새 1조2500억 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2012년 5월 도로구역 결정 고시가 나면서 매매나 임대 등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가 제한됐지만 보상은 늦어지고 이전해야 할 땅값은 오르고 있다. 또 2008년 하루 교통량을 8만 대 정도로 예측했지만 2017년 개통되면 1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조영달 기자 dalsar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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