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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에 공권력 첫 투입]靑 “설득할만큼 했다”… 예외없는 원칙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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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총에 공권력 첫 투입]靑 “설득할만큼 했다”… 예외없는 원칙대응

동아일보입력 2013-12-23 03:00수정 2013-12-23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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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철도파업에 초강수 왜
물벼락 맞는 경찰 22일 철도노조 지도부를 체포하기 위해 서울 중구 정동 민노총 본부 건물을 에워싼 경찰에게 민노총 조합원들이 소화전으로 물을 뿌리고 있다. 이날 로비와 계단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하는 등 경찰 진입을 방해한 조합원과 시민 138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22일 전격적으로 단행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일부 강경 노동세력의 불법행위에 예외 없이 ‘법대로’ 대응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의지를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이날 민노총 진입은 당분간 노정(勞政) 관계에 ‘대형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당장 민노총은 28일 정권 퇴진을 위한 총파업 돌입을 선언했고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에서도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는 등 분위기가 심상찮다.

○ 강경 대응 배경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철도 파업은 전혀 명분이 없는 일”이라고 비판하면서도 KTX 자회사 설립이 민영화가 아니라는 설명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법 집행보다 정치적인 타협과 설득에 무게추가 기울어 있었다. 정홍원 국무총리와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최연혜 코레일 사장 등이 잇따라 “정부는 수서발 KTX를 민영화하지 않는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코레일 경영혁신의 일환”이라고 발표한 것도 이런 청와대 기류가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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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해결의 실마리는 보이지 않았다. 직위 해제, 손해배상 청구 등 강경책에도 불구하고 철도노조의 파업은 최장기간 계속 이어졌고 화물 운송 등 경제에 미치는 주름은 갈수록 깊어졌다. 강온 양면이 공존하던 정부 내 분위기도 역전됐다. 정부 관계자는 “예고된 파업인데도 노조에 비해 정부의 준비가 미흡했다”며 “파업이 최장기를 기록하면서 정부로서는 매우 답답한 상황에 놓였고 결국 부담을 감수하고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다릴 만큼 기다렸고 설득할 만큼 설득했다”고 말했다.

법원이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하지 않을 경우 무기력한 공권력이라는 비판이 나올 것도 우려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노총 본부가 치외법권 지역은 아니지 않나. 민노총 본부에 처음으로 공권력을 행사한 게 핵심이 아니라 예외 없이 법을 집행한 게 핵심”이라고 말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현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추진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비정상의 정상화는 기득권의 저항이 반드시 수반된다. 이번 건에 있어 철도노조의 행태는 기득권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대국민 호소문 발표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왼쪽)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철도파업과 관련해 대국민 공동 호소문을 발표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 경찰, 청와대에 하루 전에 진입계획 보고

경찰의 민노총 사무실 진입 계획은 청와대와의 사전 교감 아래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경찰이 민노총 사무실에 진입하기 전에 청와대 사회안전비서관실에 보고가 이뤄졌다”며 “청와대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22일 말했다. 경찰 수뇌부는 체포영장 발부 직후부터 청와대와 체포영장 집행에 관해 지속적으로 논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22일에 진입하겠다는 내용의 청와대 보고는 하루 전인 21일에 이뤄졌다”고 말했다.

경찰은 16일 철도노조 지도부에 대한 체포영장이 발부된 직후부터 노조 지도부가 민노총 사무실에 은신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건물 진입을 통한 영장 집행 방안을 검토했다. 경찰은 건물 도면을 입수해 분석하는 등 진입 계획을 짰다. 경찰청은 20일 서울지방경찰청에 민노총 본부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경향신문사 건물에 어떻게 들어갈 것인지 ‘진입 계획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진입 계획서에는 체포영장이 발부된 철도노조 지도부가 민노총 사무실에서 경향신문사 사무실로 들어가 숨는 상황까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청의 진입 계획서 제출 요청은 청와대의 ‘신호’를 받았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고 말했다. 경찰이 민노총 사무실에 진입하는 것이 전례가 없는 만큼 청와대가 단순히 진입 계획을 인가하는 차원이 아니라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경찰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건물 진입 계획 수립 실무는 서울경찰청 수사부와 경비부가 맡았으며, 진입 시기는 강신명 서울경찰청장이 남대문경찰서 등의 보고를 종합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불필요한 마찰을 피하기 위해 경향신문 기자들이 본격적으로 출근하기 전인 일요일 아침으로 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기자들이 출근하지 않는 토요일인 21일 새벽 진입하는 방안도 한때 검토했다고 한다.

○ ‘불가피한 선택’ vs ‘노동계 길들이기’


경찰의 민노총 진입은 공권력 바로 세우기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노사정 관계에는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체포작전이 실패하면서 결과적으로 노동계 전체로 ‘전선(戰線)’이 확대된 것도 정부에는 부담이다. 이에 따라 당분간 노정 관계는 정부가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정치투쟁과 선을 그었던 한국노총도 노조법 개정이 국회에서 무산되면서 정부에 대한 반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노총은 내년 초 새로운 지도부 선출을 앞두고 있어 이런 반발 분위기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강훈중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부가 여러 차례 정책 협조를 요청했지만 정작 노동계에 한 약속은 제대로 지켜진 것이 없다”며 “대화와 타협 없이 법과 원칙만 강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상당수 노동 전문가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를 전체 노동계에 대한 ‘전면전’ 선포로 보기는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개별 불법행위에는 앞으로도 강경 대응 원칙이 유지되겠지만 통상임금이나 장시간 근로 단축 등 다른 노동 현안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한 노동 전문가는 “불법파업은 법과 원칙에 따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기조를 확인해 주는 한편 노동계가 원하는 것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방향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성호 starsky@donga.com·조종엽·동정민 기자
#철도 파업#철도 노조 지도부#민노총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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