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의료 수출]<상>해외로 눈 돌리는 국내 병원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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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넓고 환자는 많다” 중국으로… 사우디로…

□1 □2 세인트바움 성형병원은 이동통로를 외부에 설치해 이용객들이 햇볕과 바람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했다.

□3 병원 옥상에는 공원 못지않은 조경시설을 갖춰 휴식을 취하면서 상하이의 최신식 고층건물을 감상할 수 있다.

□4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병원 내부는 이용객들이 최고급 호텔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세인트바움 성형병원 사진·조감도 제공
□1 □2 세인트바움 성형병원은 이동통로를 외부에 설치해 이용객들이 햇볕과 바람을 마음껏 누릴 수 있게 했다. □3 병원 옥상에는 공원 못지않은 조경시설을 갖춰 휴식을 취하면서 상하이의 최신식 고층건물을 감상할 수 있다. □4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병원 내부는 이용객들이 최고급 호텔에 온 듯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도록 공을 들였다. 세인트바움 성형병원 사진·조감도 제공
《 ‘업그레이드, 의료 수출’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차원(G2G)의 의료수출이 성공하면서 해외 의료수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은 분야. ‘의료 한류’의 뒤를 이을 ‘의료 수출’이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요인을 해외 현지취재를 통해 살펴본다. 》

중국 상하이 황푸(黃浦) 강가에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세인트바움 성형병원. 중국에서 가장 높은 전망타워인 둥팡밍주(東方明珠)와 월드금융센터 그리고 세계 2위의 최고층 건물인 상하이센터가 한눈에 보인다.

이 병원은 국내 홍성범 BK성형외과 대표원장, ㈜SK증권, ㈜휴젤의 자본 70%, 중국 자본 30%로 생겼다. 100억 원 가까이 투자됐다. 중국 성형병원 중 유일한 중외합자병원으로 연면적이 6600여 m²(약 2000평)에 이른다. 내년 3월 문을 열 예정. 합자법인 설립과 의료기관 허가에만 3년이 걸렸다.

홍 대표원장은 “지금까지 중국에 진출했던 병원이 실패한 이유는 자본력이 부족해서지만 무엇보다 중국인에게 진정성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한국 의료기술과 중국의 자본이 결합해 중국 의료산업 발전에 기여한다는 믿음을 심어 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한국 의료기관, 진출국 다변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3년 11월 현재 세계 각국에 진출한 한국 의료기관은 19개국 111곳에 이른다. 미국과 중국이 대부분이다. 요즘에는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등 동남아지역에도 조금씩 진출하고 있다. 성형외과 한방 피부과 치과 등 전문클리닉 형태의 진출에서 건강검진과 진단검사의학 등으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간 의료수출인 ‘쌍둥이 프로젝트’가 새로운 모델로 떠올랐다. 400병상급의 지역 메디컬타워 4곳, 심장센터 4곳, 신경기초과학연구소와 같은 센터급 기관 5곳 건립을 추진하는 사업이다. 사우디 왕립뇌과학연구소 및 킹파드병원 실무자들이 19일 가천뇌융합과학원을 방문해 뇌영상센터 시설, 장비, 교육, 연구협력 분야에 대해 세부적인 협의방안을 논의했다. 앞서 9월엔 삼성서울병원이 사우디 킹파드병원과 뇌조직은행 구축사업 협약을 체결했고 현재 예산을 협의 중이다.

중국에서는 상하이 자유무역지구 내 100% 외국투자 병원 설립이 허용돼 한국 미국 유럽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상하이 자유무역지구 설계와 허가 등 실무를 전담하는 와이가오차오유한공사 쉬룽빈 총경리가 여성전문병원을 설립하도록 홍 대표원장에게 직접 요청하면서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국내 대형 대학병원과 산부인과 전문병원이 함께 참여한다.

내년에 이곳에 한국 병원이 들어서면 중국에서 최초의 100% 외국자본 병원이 설립되는 셈이다. 중국 국영방송인 CCTV를 통해 중국 전역에 소개되면 많은 화제를 불러 모을 것이라고 와이가오차오유한공사 측은 설명했다.

○ 진출한 곳에 녹아들어야


외국 현지에 법인을 세워 국내 병원이 진출하는 일을 ‘글로컬리제이션(glocalization)’이라고 한다. 이런 병원이 성공하려면 현지화가 중요하다. 기존의 해외 의료기관 진출은 주로 교포시장을 겨냥했기에 한계가 있었다.

해외투자전문회사인 ‘예메디컬 인베스트먼트홀딩스’의 2005년 사례가 반면교사로 꼽힌다. 예메디컬은 중국 내 합자병원의 법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위탁경영방식을 적용했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이 없었고 교민을 대상으로 한 데다 자금력이 부족해 결국 지분을 넘기고 2010년 철수했다.

중국 합자병원 1호였던 SK 아이캉 병원도 △중국 정부의 세금 등 관련제도 및 정책의 불명확성과 까다로움 △국내 파트너 간의 경영권 대립 △현지화 실패 △임대료와 인건비 등 높은 유지비용 △중국 정부의 외국계 병원 집중단속으로 철수했다.

국내 병원이 중국에 진출할 때 드는 비용도 제대로 산출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선 병원 짓는 데 필요한 비용이 10억 원이라면 나머지 홍보비나 급여는 개원 뒤 매출로 충당하지만 중국에서 병원을 열면 국내에서보다 홍보비 등을 많이 지출해야 해 초기 비용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

홍민철 한국의료수출협회 사무총장은 “병원 수출 성공의 관건은 경쟁력 있는 의료기술 외에 자본과 현지화”라고 지적했다. 세인트바움은 여유 있는 자본 투자와 신뢰 및 파워를 겸비한 중국 파트너 확보를 통해 문턱을 넘은 셈이다.

배좌섭 보건산업진흥원 팀장은 “현지 시장 분석을 위한 정보 습득과 현지 운영인력의 수급도 첫 성공 비결 중 하나”라며 “보건복지부가 전담부서인 ‘해외의료진출지원과’를 설치해 병원 수출을 돕고 있다”고 전했다.

상하이=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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