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노총에 첫 공권력, 그래도 勞政 대화는 이어 가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3일 03시 00분


정부가 어제 불법 파업을 주도한 철도노조 간부들이 은신하고 있는 민주노총 사무실에 경찰 5000여 명을 투입했다. 1995년 민노총 설립 이후 공권력 투입은 처음이다. 이날 경찰은 진입을 막은 민노총 조합원 100여 명을 연행했다. 이에 맞서 민노총은 28일 총파업에 나서기로 결의하는 등 전면적인 반정부 시위에 들어갔다.

노정(勞政) 관계가 파국을 맞은 것은 1차적으로 철도노조의 책임이다. 법원도 철도노조의 파업을 불법으로 보고 노조 간부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이들이 은신해 있던 민노총 사무실은 성역(聖域)이 아니다. 경찰의 정당한 법집행을 방해한 민노총이 공권력 투입을 노동계 전체에 대한 탄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철도노조는 15일째 파업을 이어 가고 있다. 이번 주 화물열차 운행률은 30% 초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체 인력의 피로가 쌓이면서 국민의 안전도 위협받고 있다. 이런 사태를 방치한다면 정부의 직무 유기다. 더욱이 수서발(發) KTX를 자회사로 만들든, 민영화를 하든 노조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막대한 적자를 내고 있는 KTX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는 것은 정부 정책과 코레일의 경영권에 속하는 사항이다.

철도노조가 반대 주장의 근거로 내세우는 민영화는 사실과도 다르다. 정부는 철도공사가 설립하는 수서발 KTX 자회사에 어떤 민간자본도 참여하지 않는다고 거듭 천명했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수서발 KTX 자회사를 민간에 매각하면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이는 차기 정부의 정책 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서 장관의 발언은 지나친 감이 있다. 정부가 무리수까지 두어 가며 “민영화는 없다”고 밝혔는데도 철도노조는 민영화라고 우기고 있다. 민영화 반대를 내세운 철도노조의 파업은 이미 명분을 잃었다.

민주당은 철도노조의 투쟁을 부추기고 있다. 민주당은 ‘공공기관의 경쟁 체제 도입은 민영화를 위한 꼼수’라고 규정하고 정부의 원칙적 대응을 ‘불통’이라고 비난했다. 10년간 정권을 잡았던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새누리당도 노정 관계가 파국에 이를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자성하기 바란다.

불법 파업에는 엄정하게 대응하되 노정 관계를 막다른 길로 몰지 않고 대화의 끈도 놓지 말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통상임금 문제나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 등 각종 고용 현안을 해결하려면 노동계의 협조가 꼭 필요하다. 노동계와 대립하면서 고용률 70%를 달성한다는 것은 어려운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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