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현대상선 고강도 자구책, 정책금융도 해운 회생 도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3일 03시 00분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자산 3조3000억 원을 팔겠다”는 자구책을 어제 발표했다. 그룹 유동성 위기의 진원지인 현대상선의 신용을 회복해 금융권으로부터 지원을 받기 위해서다. 현대의 자구책은 ‘시장의 예상을 넘는 고강도’라는 평가다.

현대상선은 국내 2위 해운업체다. 국내 3위인 STX는 법정관리를 받고 있고 1위인 한진해운마저 형제기업인 대한항공에서 급전을 빌려 연명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서 해운업의 위상은 생각보다 크다. 유화 조선 자동차 반도체에 이어 5번째 수출산업이다. 한국은 그리스 일본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5위의 해운 강국이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이미 80여 개의 외항선사가 문을 닫았고 상위 업체까지 자금난을 겪는 등 전체 업계가 위기를 맞았다.

지금의 위기는 금융위기 여파로 세계의 물동량이 줄어 발생한 것이다. 쓰나미 같은 외생변수가 가져온 ‘시스템 위험’이다. 전 세계 해운업체가 비슷한 사정이다. 세계 경기가 회복되면 해운업 경기도 풀릴 것이다. 그때까지 살아남은 자가 시장을 지배하는 게 해운업계다. 지금 힘들다고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상선은 축구장 몇 개 크기이며 투자 회수에 수십 년 걸리는 장치산업이다. 개별 금융기관이 이런 시스템 위험에 돈을 대 주고 그 대가로 수익을 챙기기는 쉽지 않다. 정책금융이 역할을 해야 한다. 중국 덴마크 독일 일본 등 경쟁국들도 해운업의 특성을 고려해 알게 모르게 유동성을 주입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은행은 정책금융공사와의 분할 이후 기관을 떼고 붙이는 문제만 논의할 뿐 할 일은 제대로 안 하고 있다. 업계는 해운보증기금의 신설, 대형 선사에 대한 영구채 발행 지원, 중소 선사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CBO) 참여 허용 등을 요청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검토하되 세계무역기구(WTO)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로부터 ‘특정 산업에 대한 특혜 지원’ 시비가 일지 않도록 정책금융과 상업금융의 정교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정책금융은 국민 세금이므로 심사와 선별에 신중을 기해야 함은 물론이다.

[바로잡습니다]

◇23일자 A35면 ‘현대상선’ 관련 사설에서 대한해운이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고 했으나 지난달 법정관리가 끝났기에 바로잡습니다. 대한해운과 주주 여러분에게 사과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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