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성익]자유학기제가 성공하려면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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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익 서울대 교육학과 명예교수
박성익 서울대 교육학과 명예교수
지난 50여년간 중학교 교육에서 학생들의 능력은 주로 단편지식을 알아보는 지필고사 점수로 평가해 왔다. 이런 지식위주 평가제도는 창의적 인재양성도 안 되고 올바른 인성교육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중학생들의 학업성취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에서 최상위권이나 학습흥미나 학습만족도는 최하위권이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9월부터 중학교에 ‘자유학기제’를 도입하였고, 현재 전국 42개 중학교에서 시범운영되고 있다. 2016학년도부터는 전국의 모든 중학교에서 실시하게 된다. 짧은 기간이지만 전반적으로 학생들이 학습에 흥미를 되찾고, 만족스러운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대로 성공하려면 몇 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첫째, 자유학기제의 취지와 목적, 운영방식을 교사, 학부모, 학생들이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폐지하면 학력 저하가 온다는 학부모들의 우려를 불식해야 한다. 자유학기제는 진로탐색뿐만 아니라 동아리 활동, 학생 선택프로그램, 예술·체육활동 등을 통하여 자신의 꿈과 끼, 재능과 적성, 창의성과 인성을 두루 계발시켜 주는 학습시스템이라는 것을 널리 알려야 한다.

둘째, 교육과정 편성·운영과 학습프로그램을 학교별로 개발하게 되므로 학교별 지역별 특성에 따라서 자유학기제 운영시스템에 격차가 생기게 된다. 따라서 학교·지역 간 최소 공통성취수준을 설정하고, 지역공동 자율과정 운영프로그램을 개발·적용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셋째, 제도 시행의 주체인 교사들을 교육시켜야 한다. 교사들이 기본교과의 핵심 성취기준을 설정하고, 참여 학습과 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전문성을 갖추지 못하면 자유학기제의 실제적인 교육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박성익 서울대 교육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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