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서균렬]전문성, 소통, 투명성, 독립성 모두 부족한 원자력안전위원회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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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멈춰선 국내 원전들을 바라보는 시각은 원자력이 불안하니 신재생으로 가야 한다는 데 모아지고 있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선 국민 4명 중 3명꼴로 원전 안전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렇다고 현재 진행 중인 원전 건설과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은 아니었다. 즉, 향후 신재생 중심으로 가되, 그 전까진 원자력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전기료가 올라가더라도 원전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물론 2배 이상 오르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질 것이지만.

안전신화를 자랑하며 원전을 절대 저버리지 않을 것 같던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를 인재라고 규정하였다. 특히 규제자가 일반인의 안전보다 사업자의 이윤을 우선시했다는 비판과 함께 당국에 대한 강도 높은 재편을 요구했다. 그렇게 태어난 게 미국에 버금가는 원자력규제위원회다. 원전 안전을 위해서는 규제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우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전문성, 소통성, 투명성, 독립성 등 어느 하나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원전의 마지막 보루는 안전과 안심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옥상옥만 세우는 사이 원자력 규제와 방사능 방재는 표류하며, 우리 원전은 부족한 일손과 과로한 운영으로 하루하루 허덕이고 있다. 점점 잦아지는 고장은 사고의 전조이며 언젠가 찾아올지 모를 재난에 대한 소리 없는 외침이다. 10만 년에 1번, 100만 년에 1번 날까말까 역설(力說)하던 중대사고가 지난 35년 사이 5번 일어났으니 실제로는 7년에 1번꼴이 현대의 역설(逆說)이다.

원전 안전, 물론 과학이다. 문제는 자연과학기술 너머 인문과학 정서로 무장하고, 사회과학 언어로 소통해야 한다. 사고은폐, 문서위조, 불량부품, 직원비리 등으로 빛바랜 원전은 대다수 국민에게는 발전소라기보단 복마전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이러한 기관을 믿고 정부의 원전정책을 받아들일 국민은 없다. 현재 원안위의 독립성과 투명성은 심각하게 훼손되었고, 세계적인 규제강화 추세와 국제원자력기구의 규제 및 진흥의 분리라는 권고사항마저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원자력은 견제와 균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수평적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 안전한 운영을 위해서는 조직 내외부를 넘나드는 다층적 차원의 관리 감독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관련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가 좌지우지하는 조직에서 국민 수용성과 함께하는 공익체로 거듭나야 한다.

원전 안전을 위해서는 시장형 공기업, 경영평가 등 수익성 위주의 경영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 전력수급 안정에 기여하고 공공적 관리제로 거듭나기 위해 전력거래를 원점에서 다시 짜야 한다. 수익보다 안전이 우선하는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국회, 시민, 사회단체 등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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