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저통 1개’ 납품하던 회사, 450개 욕실-주방용품 PB 공급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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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 고급화로 외환위기 극복한 ‘문일케미컬’

19일 오전 경기 양주시 운암동 문일케미컬 공장에서 문장휘 사장(왼쪽)과 이승헌 이마트 생활용품담당 바이어(오른쪽)가 갓 생산된 빨래바구니를 들어 보이고 있다. 양주=황수현 기자 soohyun87@donga.com
19일 오전 경기 양주시 운암동 문일케미컬 공장에서 문장휘 사장(왼쪽)과 이승헌 이마트 생활용품담당 바이어(오른쪽)가 갓 생산된 빨래바구니를 들어 보이고 있다. 양주=황수현 기자 soohyun87@donga.com
19일 오전 경기 양주시 운암동에 있는 문일케미컬 공장. 주방 및 욕실욕품을 만드는 이 공장의 한쪽에서 빨랫감을 담아두는 데 쓰이는 ‘소프트 바구니’가 분(分)당 1개씩 만들어져 쌓였다. 450여 종의 플라스틱 생활용품을 만드는 이 공장의 생산라인들은 모두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이 회사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의 80%에는 ‘러빙홈’이라는 이마트 자체브랜드(PB)가 붙어 이마트로 납품된다.

○ 수저통 생산업체에서 주방·욕실 전문기업으로

문일케미컬은 서울 본사를 비롯해 양주시와 경남 김해시에 공장을 두고 매출 160억 원, 영업이익 32억 원(2012년 기준)을 내는 알짜 기업이다. 하지만 1978년 문장휘 사장이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있는 59m²(약 18평)의 작은 공장에서 플라스틱 그릇을 만드는 작은 업체에 불과했다.

품질이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재래시장의 고객이 꾸준히 늘어 품목도 주방, 욕실, 정원용품 등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1998년 찾아온 외환위기로 거래업체들이 줄도산을 하면서 고비가 찾아왔다. 문 사장은 “당시 제대로 대금을 지급해 주는 곳은 이마트 한 곳뿐이었다”며 “그래서 1993년부터 수저통 한 종류만 납품하던 이마트에 추가로 공급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밤을 새워가며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 종류의 제품을 탄생시키기 위해 이마트 담당 바이어에게 1주일에도 2, 3번씩 찾아가 협의했다. 문 사장은 “중소기업은 제품 기획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느낀다”면서 “시장 유행과 디자인에 대해 이마트와 꾸준히 상담해 더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 과감한 투자 통해 경쟁력 제고


이런 노력을 통해 경쟁력이 높아지자 이마트 측은 더 많은 제품을 문일케미컬에 발주했다. 이승헌 이마트 생활용품담당 바이어는 “플라스틱 제품은 금형을 얼마나 잘 만드느냐에 따라 질이 결정된다”며 “문일케미컬은 다른 회사에 없는 정밀제작 기술을 갖췄다는 게 최고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이런 정밀제작 기술은 각고의 노력과 함께 과감한 투자가 있어 가능했다. 문 사장은 대형마트에서 통할 제품을 만들기 위해 기계, 금형 등에만 지금까지 30억 원 이상을 투자했다.

문일케미컬은 앞으로 이마트와 함께 중국, 홍콩, 동남아시아 등지로 진출할 계획이다. 독일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소비재 박람회인 ‘암비엔테(Ambiente)’에 수년 내에 참가하는 것을 목표로 미끄럼 방지 욕실화도 이마트와 함께 개발하고 있다.

문 사장은 “한 분야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거래업체들과 초지일관한 자세로 협력한 것이 오늘날의 문일케미컬을 만들었다”라고 말했다.

양주=황수현 기자 soohyun87@donga.com
#문일케미컬#러빙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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