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금융계열사 모두 팔아 3조3400억원 마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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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 극복 ‘비장의 카드’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모두 매각하고 금융업에서 철수한다. 또 반얀트리호텔과 현대상선 컨테이너 야적장 등 국내외 자산을 매각하고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총 3조34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22일 이 같은 선제적 고강도 자구안으로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유동성 문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현대그룹의 사업 부문은 △해운(현대상선) △물류(현대로지스틱스) △산업기계(현대엘리베이터) △대북사업(현대아산) 등 4개로 축소된다.

현대그룹은 우선 현대증권과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을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해 매각하기로 했다. SPC를 세워 금융계열사 자산을 이전한 뒤 세부적인 매각방식과 절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다. 현대그룹은 금융계열사 매각으로 7000억∼1조 원의 자금을 조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현대상선의 국내외 항만터미널사업 지분과 전용선 사업 일부를 매각해 1조5000억 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부산 남구 용당동 신선대부두 컨테이너 야적장과 인천 중구 항동 부지 등을 팔아 4800억 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어느 터미널 지분을 팔지 등 구체적인 사안은 채권단과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은 자금 확보를 위해 현대상선의 외자 유치, 현대엘리베이터 유상증자, 현대로지스틱스 기업공개도 추진한다. 또 서울 중구 장충동 반얀트리호텔 매각, 현대상선과 현대아산 등 계열사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3400억 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현대그룹은 이번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마련하는 자금 중 1조3000억 원을 부채 상환에 쓸 계획이다.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스틱스 등 계열사 3곳의 부채비율은 493%(9월 말 기준)에서 200% 후반대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그룹은 부채를 상환하고도 2조 원가량의 자금을 보유하게 된다.

현대그룹은 올해 현대상선의 부산신항만 크레인 등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사채 발행을 통해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했다. 20일에는 현대상선이 컨테이너 박스 1만8097대를 매각해 563억 원을 조달했다. 하지만 해운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산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받아 왔다. 현재 현대그룹은 6000억 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자산 매각이 순조롭게 이뤄지면 유동성에 대한 우려는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그룹 핵심사업의 한 축인 금융 부문을 매각하는 고통이 크지만 이번 대책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핵심 부문에 역량을 집중해 더욱 단단한 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진우 기자 pjw@donga.com
#현대그룹#금융업 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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