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별별 예쁜 책]라면이 있어 살맛나는 이들의 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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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없었더라면/정이현 외 7명 지음/166쪽·9800원·로도스

책에는 각 글의 사이사이에 독특한 라면 요리 사진과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새콤 얼큰한 우심(心)꿍과 바다의 새우샐러드’(사진)를 비롯해 ‘짜파구리’ ‘신(辛)커리보나라 & 청(淸)포도 피클’ 같은 개성 있는 이름의 면 요리들이다. 로도스 제공
책에는 각 글의 사이사이에 독특한 라면 요리 사진과 레시피가 소개되어 있다. ‘새콤 얼큰한 우심(心)꿍과 바다의 새우샐러드’(사진)를 비롯해 ‘짜파구리’ ‘신(辛)커리보나라 & 청(淸)포도 피클’ 같은 개성 있는 이름의 면 요리들이다. 로도스 제공
이 책은 예쁜 책이라기보다 별별(別別) 책에 가깝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맛 좋은 라면, 그래서 더이상 가난의 상징이 아닌 평등의 상징이 된 라면, 퍽퍽한 세상을 버텨낼 수 있게 해주는 온 국민의 ‘솔 푸드’인 라면에 바치는 오마주(존경의 표시)라고 할까.

마침 올해는 국내에 처음 국산 라면이 시판된 지 50년이 되었다. 지난해 한국인의 1인당 라면 소비량은 73개로, 라면의 원조인 일본(43개)을 가뿐히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책에서 소설가 정이현 박성원 이기호 박상이 라면에 얽힌 추억을 들려주고 박영택 경기대 교수, 양세욱 인제대 교수, 표정훈 한양대 교수,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가 라면의 역사와 문화, 상식을 소개한다.

소설가 박상은 한때 단골이었던 종로2가 종로서적 뒷골목의 3.3m²(1평) 남짓한 라면가게에서 철학과도 같은 깨달음을 얻었다. 주인 할머니에게 어쩜 라면이 이토록 맛있냐고 비법을 묻자 할머니 왈. “아 봉지에 적힌 설명대로 끓이는 거지 뭐 있어.” 할머니의 말은 그가 화려한 수사나 실험적 시도를 배제한 정통적인 문법의 소설을 쓰도록 추동했고 그 소설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소설가 박성원이 20대의 마지막 크리스마스에 자취방에서 홀로 라면을 끓여먹으며 성탄 특선 영화 ‘나 홀로 집에 2’를 보다가 태어나 처음 눈물을 흘린 사연은 한 편의 단막극 같다.

책을 채 덮기도 전에 나도 모르게 가스레인지로 가서 라면 물을 올리게 된다. 만화 ‘아기공룡 둘리’에서 가수 지망생 마이콜이 했던 노래 가사를 떠올리면서…. “라면이 있기에 세상 살맛 나/하루에 열 개라도 먹을 수 있어/후루룩짭짭 후루룩짭짭 맛 좋은 라면.”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라면이 없었더라면#라면#박상은#박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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