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철도 경쟁 체제 도입을 위한 진통 멈출 수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1일 03시 00분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최장기 불법 철도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전국철도노조 집행부 186명을 상대로 77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법원에 냈다. 코레일은 파업이 끝난 뒤 손실 규모를 다시 산정할 계획이어서 최종 손배 소송 규모는 100억 원을 넘을 것 같다. 대법원은 철도노조의 2006년 파업에 대해선 2011년 69억여 원의 배상 판결을 확정했다.

최근 사법부는 노조의 불법 행위에 엄격하게 민사 책임을 묻는 추세다. 울산지법은 현대자동차가 2010년 울산공장 생산라인을 불법 점거한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간부 등 27명을 상대로 낸 손배 소송 1심 선고공판에서 ‘노조는 회사에 90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철도산업의 경쟁 체제 도입 시도는 2001년 시작됐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철도청의 철도 운영 부문을 민영화하고, 시설 부문을 공사화하려 했으나 2002년 철도노조의 파업에 밀려 철회했다. 김 전 대통령은 “노동기본권을 보장받으면서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노조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노조를 비판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경쟁 체제 도입을 포함한 철도산업구조개혁방안을 발표하고 2005년 공기업인 코레일을 출범시켰다.

서울 수서발(發) KTX 운영회사 설립은 경쟁 체제 도입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나마 제대로 된 민영화와도 거리가 멀다. ‘철도 민영화=악(惡)’이라는 식의 단순 논리부터가 철밥통 공기업 노조의 기득권 보호를 위한 낙인찍기다. 민주당이 자신들이 집권당 시절 추진한 정책을 뒤집고 철도노조에 영합하는 것은 책임 있는 정당의 자세가 아니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는 경쟁을 통해 모두 흑자 경영을 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운영회사는 서울메트로, 서울도시철도공사, 서울시메트로9호선 등으로 나뉘었지만 잘 굴러가고 있다. 일본의 철도회사 JR도 단일 공기업에서 7개사(화물운영회사 포함)로 나누고 이 중 3개사를 민영화했지만 경쟁력과 서비스 수준은 더 높아졌다. 수서발 KTX 운영사 설립의 효과가 바로 나타날지는 불투명하다. 하지만 경쟁 체제 도입은 코레일과 노조의 행태를 바꾸게 될 것이다. 큰 변화를 위한 첫 단추인 셈이다. 정부와 코레일은 노조의 압박에 밀려 철도의 경쟁 체제 도입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
#코레일#불법 철도 파업#수서발 KTX#철도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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