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출구’ 열자마자… 한국경제 엔저 경고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양적완화 月100억달러 축소… 엔화가치 급락 日수출 경쟁력↑
신흥국 달러유출 우려 증시 하락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시중에 자금을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양적완화’의 규모를 축소하는 출구전략을 단행하기로 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5년 만에 미국 통화정책의 대전환이 시작되면서 세계 각국 금융시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연준은 18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마친 뒤 매달 매입하는 채권 규모를 현재 850억 달러에서 내년 1월부터는 750억 달러로 축소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 같은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시장의 금리 상승 등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실업률이 6.5% 아래로 떨어질 때까지 초저금리 기조(0∼0.25%)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은 미 경제가 개선되고 있음을 반영한 것”이라며 “추가 축소는 신중하게 검토할 것이며 향후 경제 상황에 따라 축소를 중단하거나 다시 규모를 늘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또 버냉키 의장은 “2014년 말 정도가 되면 실업률이 6.5%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고 말해 금리 인상이 빨라야 2015년이 될 것임을 시사했다.

연준의 이번 결정은 예상보다는 다소 이른 조치였지만 시장에 미친 충격은 크지 않았다. 양적완화 축소 금액이 많지 않은 데다 연준이 당분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밝혔기 때문이다. 오히려 출구 전략에 대한 불확실성이 걷히고 미국 경제의 회복세가 뚜렷해질 것이라는 기대로 선진국 증시는 급등했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1.84% 올랐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74% 상승한 15,859.22엔으로 장을 마쳐 6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독일 등 유럽 주요 증시 역시 19일 개장과 함께 1%대의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날 중국 태국 인도 등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양적완화 중에 유입된 외화가 급격히 빠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로 대부분이 하락했다.

개장과 함께 급등한 한국의 코스피는 장중 한때 1,990 선을 웃돌았으나 신흥국 경제 불안과 엔화 약세가 악재로 떠오르면서 전날보다 1.02포인트(0.05%) 오른 1,975.65에 장을 마쳤다. 한국의 수출 경쟁상대인 일본의 달러화 대비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 더 떨어져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미국#연방준비제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