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전대천]‘설마’가 부른다 LP가스 폭발 사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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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대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전대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드라마 ‘응답하라 1994’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매회 10% 가까운 시청률을 자랑하며, 케이블은 물론이고 지상파를 통틀어 동시간대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1990년대를 공유했던 세대의 추억을 이야기하며, 시청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한 게 가장 큰 인기 비결로 꼽힌다.

드라마는 당시 실제로 있었던 안타까운 사고도 보여준다.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가 그것이다. 1995년 6월 29일 서울 강남의 대형 백화점인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내렸다. 서울 한복판에서 501명이 숨지고, 937명이 다치는 끔찍한 사고였다.

유독 1995년에는 큰 사고가 많았다. 삼풍백화점 사고 두 달 전에는 대구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101명이 숨지고, 202명이 다쳐 지금까지 우리나라 최악의 가스 사고로 남아 있다.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폭발 등 당시 잇따랐던 대형 사고의 원인은 어김없이 안전불감증이라고 할 수 있다.

일명 1 대 29 대 300의 법칙으로 불리는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1건의 큰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그와 유사한 경미한 사고가 29건 일어나고, 그보다 먼저 300여 차례의 이상 징후가 감지된다. 사소한 부주의가 반복되면 결국 대재앙으로 이어진다는 교훈을 우리 사회는 너무도 크나큰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얻은 것으로 더는 이러한 어리석음을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1995년 이후 2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가스의 경우 대구 사고를 반면교사로 삼아 안전관리체계가 많이 선진화됐다. 1995년 가스 사고는 577건으로 하루 평균 2건 정도였지만 지난해에는 125건으로 사흘에 1건꼴로 대폭 감소했다. 가스 사고로 인한 인명피해율도 많이 낮아져 세계 상위 수준이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선진 가스안전관리시스템 구축 노하우를 베트남과 인도네시아 등 개발도상국들에 수출할 정도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제 대구 지하철공사장 가스폭발 사고와 같은 대형 사고를 지금의 우리와는 무관한 옛날이야기로 치부해도 될까. 이와 관련해 최근 들어 액화석유가스(LPG) 사고가 종종 발생하고 있어 세심한 주의가 요구된다. 올 들어 11월 말까지 전체 가스 사고 105건 중 70%인 74건이 LPG 사고였다. 그 원인으로는 사용자 및 공급자의 취급 부주의와 시설 미비 등 안전불감증이 전체 LPG 사고의 75%로 상당히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1995년 잇따랐던 대형 사고들이 절대 다시 ‘응답’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시 사고 직후 불었던 안전의식 확산 분위기에 지금의 우리가 응답해야 한다. 평온한 시기에 위험을 대비하듯 현재 우리 사회 전반에 안전문화가 정착되어야 비로소 ‘국민행복, 안전한 대한민국’ 실현이 가능하다.

전대천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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