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올림픽] 자동차 잘 만드는 독일이 봅슬레이도 잘 만들더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7시 00분


■ 과학으로 본 동계올림픽 봅슬레이와 자동차 경주

봅슬레이는 썰매 형상과 날에 전적 의존
기초과학 정수…독일, BMW가 제작 지원

맨 앞 선수가 날에 연결된 줄 당겨 조종
최대 허용 원심력 5G…선수 체중의 5배


봅슬레이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활주로에서 썰매를 타고 빠르게 내려가는 팀이 승리하는 단순한 종목이다. 따라서 자동차 경주와 매우 유사하다. 그러나 자동차 경주는 자동차를 움직이기 위해 기계의 힘을 이용하는 반면 봅슬레이는 썰매를 움직이기 위해 인력만을 쓴다는 점이 다르다. 또 자동차는 선수가 가속 페달을 밟으면 앞으로 나아가지만, 봅슬레이는 선수들이 썰매를 직접 밀어 속도를 높인 뒤 탑승한다.

자동차 경주와 봅슬레이의 경기장에는 좀더 차이가 있다. 자동차 경주는 자동차를 움직이는 동력이 있기 때문에 경주로가 평지이거나 오르막이거나 별다른 문제가 없다. 그러나 봅슬레이의 썰매는 동력 장치가 없기 때문에 오르막이 있으면 썰매가 정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봅슬레이에서 사용하는 활주로는 주로 내리막 경사로 이뤄져 있다. 그러나 썰매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무조건 내리막 경사만 만들면, 곡선 구간에서 선수들이 상당한 힘(원심력)을 받게 된다. 곡선 구간에서 받는 힘을 G로 나타내는데, 1G는 평상시 사람의 체중에 해당되며, 2G는 체중이 2배다. 사람이 견딜 수 있는 G에는 한계가 있으며, 보통 잘 훈련된 전투기 조종사들이 순간적으로 견딜 수 있는 G값의 한계는 약 8∼9G 정도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썰매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활주로의 경사를 높이고 곡선 구간을 마구 만들게 되면, 순간적으로 썰매에 탑승한 선수들은 상당한 G값에 노출되며, 높은 G값에 장시간 노출되면 정신을 잃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러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봅슬레이연맹(FIBT)에선 활주로 설계 시 고려해야 할 부분을 규격으로 정해놓고 있으며, 선수들에게 가해지는 G값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규격에선 “4G의 원심력이 발생할 수 있는 최대 시간은 3초, 최대 허용 원심력은 5G이며, 절대로 2초 이상 지속되면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활주로 제작 시에는 이외에도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된다. 1개의 활주로를 제작하는 데 1400억원 이상이 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와 봅슬레이 썰매의 조향장치도 약간 다르다. 자동차처럼 썰매에도 방향을 전환하기 위한 조향장치가 있다. 썰매 하부에는 모두 4개의 날(러너)이 붙어 있으며, 그 중 전방에 있는 2개의 날은 좌우로 방향 조정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다만 자동차의 운전대(steering wheel)가 썰매에는 없다. 그 대신 전방에 있는 썰매의 날과 연결돼 있는 줄이 달려 있고, 이 줄을 썰매의 맨 앞에 앉은 선수가 잡고 방향을 조정한다. 썰매의 최대 속도가 시속 150 km 전후라, 이런 속도에서 줄을 당겨서 방향을 조정하려면 상당한 힘과 민첩성이 필요하다.

봅슬레이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는 썰매다. 좋은 썰매를 사용하면 우승 확률이 높아진다. 이 부분은 자동차 경주와 동일하다. 아울러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현재 가장 좋은 썰매를 만드는 국가도 독일이다. 썰매는 복잡한 기계장치들이 들어 있지 않고, 조향장치도 원시적 선을 이용할 만큼 간단한 구조라 설계와 제작이 쉬울 것으로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자동차의 경우에는 자동차 형상이 좀 날렵하지 못해도(공기저항이 좀 크더라도), 힘이 좋은 엔진을 사용해 속도를 높일 수 있다. 즉 자동차의 형상설계 기술이 떨어지면 다른 부분에서 이를 만회하면 된다. 그러나 썰매에는 별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썰매의 형상과 썰매의 날이 전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썰매 제작에는 제작국가의 기초과학의 정수가 모여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에선 봅슬레이 썰매 개발에 자동차로 유명한 BMW가 10여 년 이상 지원을 하고 있다.

이상철 박사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과학연구원
스포츠동아·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체육과학연구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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