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순간’ 전설 남기고 아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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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7시 00분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국산마의 자존심.” 올해 현역서 은퇴한 ‘지금이순간’은 화려한 성적과 많은 화제를 남겼다. 동물로는 최초로 ‘사랑의 열매’를 받은 것도 그 중 하나다. ‘지금이순간’의 마주 최성룡씨와 지용철 감독, 문세영 선수는 ‘지금이순간’의 이름으로 6500만원을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국산마의 자존심.” 올해 현역서 은퇴한 ‘지금이순간’은 화려한 성적과 많은 화제를 남겼다. 동물로는 최초로 ‘사랑의 열매’를 받은 것도 그 중 하나다. ‘지금이순간’의 마주 최성룡씨와 지용철 감독, 문세영 선수는 ‘지금이순간’의 이름으로 6500만원을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사진제공|한국마사회
■ 21일 은퇴식 갖고 씨수말 새출발

마사회, 최성룡 마주·문세영 선수에게 공로패
짧은 활동기간 13번 우승…상금만 18억 넘어
순수 국산혈통 우수 자마 배출 새로운 임무

“내게는 정말 자식같은 경주마다. 국산 경주마가 씨수말로 성공한 첫 사례가 되도록 국내외에서 최적의 혈통조합을 가진 암말을 찾아 질주 본능을 대물림시키겠다.” (‘지금이순간’ 최성룡 마주)

2012년부터 2년 연속 서울경마공원 연도 대표마로 선정됐던 국산 최강마 ‘지금이순간’이 씨수말로 새로운 질주를 시작한다.

KRA서울경마공원은 21일 제10경주가 끝나고 그동안 과천벌을 호령했던 ‘지금이순간’의 은퇴식을 연다. 이날 행사에는 경마팬이 ‘지금이순간’과 기념사진을 찍는 포토존이 마련됐고, ‘지금이순간’을 키운 지용철 감독, 최성룡 마주, 문세영 선수에게는 포상금과 공로패를 수여한다.

‘지금이순간’은 경주마의 전성기로 꼽히는 4세다. 15일 열린 그랑프리 경주에서 2위를 차지하는 등 아직 경주마로서 경쟁력이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경주마보다 빠른 은퇴를 결정한 것은 마사회의 우수 씨수말 육성 정책 때문이다.

마사회는 삼관경주에서 최고 성적을 거둔 경주마에게 4세까지 활동하고 종마로 데뷔하는 조건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한다. 2012년 삼관경주 최우수마에 오른 ‘지금이순간’은 4세 이후부터 씨수말로 활동하는 조건으로 5억원의 인센티브를 받았다.

‘지금이순간’은 경주마로 활동한 기간은 길지 않지만 화려한 성적을 남겼다. 데뷔전만 해도 경주마 가치 산정의 중요한 잣대인 혈통이 돋보이지 않아 몸값이 3000만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탄탄한 체구와 탁월한 운동능력으로 데뷔 이후 발군의 활약을 펼쳤다. 25차례 크고 작은 경주에서 13번을 우승했다(승률 52%%). 그동안 거둔 상금은 몸값의 60배가 넘는 18억6000여만원이다.

● 자마 활약에 부마 ‘인그란디어’ 몸값 수직상승

‘지금이순간’의 눈부신 활약 덕분에 부마 ‘인그란디어’(14세)의 몸값도 덩달아 올랐다. 마사회 소유의 초고가 씨수말에 가려 퇴역만 기다리던 제주 민간목장의 씨수말이 자마의 활약 덕분에 신분이 급상승한 ‘인그란디어’의 성공사례는 경마계의 화제가 됐다. ‘인그란디어’는 현재 교배료가 300만원까지 치솟았고, ‘지금이순간’이 삼관경주 최우수마에 오른 2012년에는 교배 수익으로 2억원을 벌었다.

‘지금이순간’은 자신이 소속된 서울경마공원과 우리 사회에도 희망을 선물했다. 6월 열린 제주특별자치도지사배 대상경주에서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부경 경주마들을 제치고 우승해 서울의 오픈경주 4연패 사슬을 끊었다. 또 경주마 이름으로 서울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6500만원을 기탁해 동물로는 처음으로 사랑의 열매를 받기도 했다.

숱한 화제와 기록을 마감하고 ‘지금이순간’은 이제 순수 국산 혈통의 우수한 자마를 배출하는 새로운 임무에 나선다. 경마팬들은 3, 4년 후 ‘지금이순간’의 자마들이 경주로를 누빌 날을 기다리고 있다.

김재학 기자 ajapto@donga.com 트위터@ajap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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