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고수 “영화 통해 가족의 소중함 느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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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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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고수는 “딸 혜린(강지우)이가 전도연 선배를 무서워했어요. ‘가짜 엄마 온다’고 하니까 눈이 동그랗게 변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배우 고수는 “딸 혜린(강지우)이가 전도연 선배를 무서워했어요. ‘가짜 엄마 온다’고 하니까 눈이 동그랗게 변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배우 고수(35)가 능청스러워졌다. 작년 영화 ‘반창꼬’로 만난 그는 말수가 적었다. 생각도 많았고 필요한 말만 했다. 하지만 1년 후 만난 고수는 달라져 있었다. 넉살도 좋아지고 인사를 나누며 농담도 했다. 달라진 모습에 놀라 이유를 묻자 “원래 말을 할 때 생각을 많이 한다. 다년간 배우생활을 하다보니 말의 중요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알게 됐고, 그래서 신중했던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조금 여유가 생겼나보다”라고 덧붙였다.

고수는 영화 ‘집으로 가는 길’에서 마약범으로 오인받아 대서양 마르티니크 교도소에 수감된 아내를 구하기 위해 세상에 호소하는 가장 종배 역을 맡았다. 그는 동료배우 하정우를 통해 시나리오를 접하게 됐다.

“(하)정우가 한번 읽어보라고 주더군요. 읽고나서 정연(전도연)이가 불쌍했고 종배는 안타깝더라고요. 평범한 가족에게 일어난 일들을 읽어보며 제 가족도 생각이 나더라고요. 참여할 수밖에 없었어요. 평범한 가장의 답답하고 억울한 심경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극 속에서 일어난 종배의 집에서 일어난 처참한 상황은 대사로 고스란히 묻어난다. “제발 내 아내를 돌려주세요”, “저는…집으로 가고 싶습니다” 등 배우들이 뱉은 한마디가 관객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한다. 고수 역시 대사를 보고 외우는 게 힘든 작업이었다고 했다.

“가족이야기다 보니 마음에 와 닿는 대사도 많았죠. 마르티니크의 아내가 ‘내가 당신 대신 한국에 가면 안돼?’라는 대사를 듣고 가장 아팠어요. 정말 그렇게 해주고 싶은데 못 해주는 남편의 마음이 먹먹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정연과 함께 찾아간 아름다운 카리브 해도 감흥을 주지 못할 정도였어요. 그 때를 생각하면 아직도 마음이 아파요.”

아내 역을 맡았던 전도연과의 호흡도 인상적이었다. 늘 붙어있어도 맞추기 힘든 부부의 호흡을 이들은 대서양 건너 1만 2400km나 떨어진 상태에서 맞춰야 했다. 전도연은 도미니카 공화국에, 고수는 한국에 있었다.

“전도연 선배와 마주친 장면은 별로 없었어요. 서로 사진을 보며 그리워한 사이죠. 하하. 그래서 초반에 많은 이야기를 나눠야 했죠. 서로의 캐릭터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했어요. 선배와 이야기를 나누던 가운데 시나리오보다 더 무능한 종배를 보여주자고 결정지었죠. 덕분에 작은 부분이지만 캐릭터를 살릴 수 있었어요.”
배우 고수. 방지영기자 doruro@donga.com
배우 고수. 방지영기자 doruro@donga.com

고수는 “이 영화를 보고 가족의 소중함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올해 아빠가 된 고수에게도 큰 깨달음이 있었을까. 그는 “부모님 생각이 났다. 잘해드리고 싶지만 워낙 무뚝뚝한 아들이라…. 소중함을 알면서도 그 만큼 못 하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고수가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캐릭터 변화’다. ‘고비드’(고수+다비드)라는 별명답게 늘 멋지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를 맡아온 터라 ‘집으로 가는 길’에서 보여준 평범한 소시민은 신선했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보통 뭔가를 성취하고 달성하는 캐릭터를 맡았었죠. 그래서 이번 역할이 대중에겐 새롭게 느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하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려고 한 것은 아녜요. 그냥 그 역할에 끌려서 한 거죠. 좌절하고 부딪히는 종배의 모습을 보며 현시대에 살고 있는 가장들의 모습이 생각났어요. 저 역시 평범한 가장이라 종배가 끌렸던 것 같아요.”

다음 작품에서도 고수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을까. 그는 “마음에 드는 장르, 캐릭터가 그 때 그 때 달라지는 것 같다. 내가 또 변신을 하게 될지는 나 역시 의문이다”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즘 보고 있는 작품이 있는데 드라마를 할지, 영화를 할지 잘 모르겠어요. 요즘은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도 해보고 싶고 사극도 해보고 싶더라고요. 마음에 끌리는 것이 있다면 하려고요.”

동아닷컴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사진|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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