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美 양적완화 축소 이후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3시 00분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푸는 양적(量的) 완화의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연방준비제도는 “내년 1월부터 채권 매입 규모를 매월 850억 달러에서 750억 달러로 100억 달러 줄인다”고 그제 밝혔다. 유럽과 일본은 “양적 완화를 계속하겠다”는 뜻을 표명했지만 이들 국가도 자국과 세계 경제의 움직임을 살피며 축소의 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연준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자 이듬해부터 지금까지 3조 달러(약 3160조 원) 이상을 풀었다. 양적 완화는 ‘금리와 무관하게 돈을 푼다’는 뜻으로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정책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하늘에서 돈을 뿌린다’는 의미로 ‘헬리콥터 벤’으로 불렸다. 이 정책은 오래 가기가 힘들어 시장도 조만간 출구를 찾을 것으로 예측해왔다. 100억 달러의 축소 규모 역시 예상한 수준이다.

양적 완화 축소는 ‘미국 경기의 회복에 대한 연준의 자신감이 굳어졌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미국은 최근 올해와 내년의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올려 잡았다. 연준의 발표 후 달러는 강세를 보였으며 미국 증시도 “불확실성이 사라졌다”며 급등세를 탔다. 미국 경제의 회복은 세계경제는 물론이고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세계 금융시장에 과도기적인 충격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돈줄을 조이기 시작하면 신흥국 자금시장에 돈이 마르면서 증권 및 외환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 그렇다고 흘러나가는 달러를 붙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경우 경기에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실제로 어제 중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등 아시아 신흥국 증시는 대부분 하락했다. 충격이 예상 밖으로 클 경우 이들에 대한 우리의 수출이 줄어들 수도 있다. 또 금리가 오르면 빚이 많은 기업과 가계가 져야 할 부담이 커진다. 가계부채 문제가 악화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은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금융, 기업 등 경제 주체들의 체력이 나아졌다. 어제 국내 주가도 소폭 올랐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을 이어가면서 외환보유액은 3450억 달러에 이른다. 정부는 금융 외환 실물시장을 꼼꼼히 살피면서 시장 불안이 클 경우 상황에 맞는 대응책을 펴야 한다. 기업과 가계도 ‘지금의 저금리가 언제까지나 지속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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