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은 시대에 역행하는 범죄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3시 00분


국방부 조사본부는 군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댓글 의혹과 관련해 사이버심리전단 이모 단장(530단장)과 요원 등 11명을 불구속기소 의견으로 군 검찰에 송치했다. 이 단장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과 천안함 폭침,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등 안보 관련 이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표현도 주저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치 관련 글 351건을 직접 게시하면서 요원들이 활용하도록 유도했으며 수사가 시작되자 관련 자료를 삭제하도록 했다.

하지만 조사본부는 김관진 국방부 장관과 사이버사령부 전·현직 사령관에 대해 “정치 관여 지시를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또 사이버사령부가 대통령선거에 개입하려는 의도나 국가정보원과의 연계 사실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야당은 “꼬리 자르기”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상명하복이 철저한 군 조직에서 상부의 지시 없이 3급 군무원인 심리전단장 혼자서 결정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이번 발표는 어디까지나 중간 수사 결과다. 이 단장이 삭제한 자료의 복원 과정에서 댓글이 추가로 확인되거나 가담자가 늘어날 경우 파장이 커질 수 있다. 국방부는 군 검찰과 함께 진행할 추가 수사에서 기소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수사가 미진하면 야당은 김 장관 퇴진과 특별검사제를 밀어붙이려고 할 것이다. 군 당국은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사태가 나지 않도록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

사이버사령부는 2009년 발생한 북한의 디도스 공격 이후 대남 심리전과 사이버 테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0년 창설된 부대다. 북한이 3만 명이 넘는 정예 사이버 전사들을 양성해 우리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는 마당에 사이버사령부는 정치 댓글이나 올리는 엉뚱한 짓을 했다. 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개입 댓글은 시대에 역행하는 범죄다.

국방부는 사건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군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강화하는 쪽으로 심리전 매뉴얼을 보완하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일벌백계(一罰百戒) 차원에서 전·현직 사이버 사령관에게 감독 소홀에 따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사이버 도발 수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맞서는 우리의 사이버 전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군은 사이버사령부의 면모를 일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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