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시승기]안락 미국차-단단 유럽차의 절묘한 조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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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 ‘신형 제네시스’

현대자동차는 대형 세단 ‘신형 제네시스’를 통해 46년 만에 일종의 반환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인다. 신형 제네시스는 1967년 설립된 현대차가 해외 선도업체들의 자동차 개발방향을 답습하는 데서 벗어나 ‘달리고, 돌고, 서는’ 자동차의 본질에 개발 역량을 집중해 고유의 주행감각을 구현한 모델로 여겨진다. 17일 신형 제네시스를 타고 광주공항에서 출발해 전남 영암 코리아인터내셔널서킷(KIC)까지 95km, 길이 3km의 KIC 상설서킷 3바퀴를 달린 소감이다.

시승에 사용된 모델은 3.8L급 6기통 가솔린 직분사식(GDI) 엔진과 상시 4륜구동(AWD) 시스템 ‘HTRAC’, 8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한 ‘G380 프레스티지’였다. 최고출력은 315마력, 시승 구간이 넉넉해 전반적인 주행 성능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었다.

직선 구간에서의 가속능력은 3.8L 엔진에서 예상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차의 절대적인 능력치보다 가속 중의 세련된 주행감각이 돋보였다. 몸이 뒤로 젖혀질 만큼 급작스러운 가속이 아니라 충분히 속도감을 즐길 수 있는 정도였다. 시속 200km까지는 가볍게 올라간다. 주행모드는 ‘노멀’과 ‘에코(연비운전)’, ‘스포츠’로 나뉘어져 있다. 스포츠 모드를 선택하고 수동 기어를 사용하면 제법 거친 가속 능력을 보여준다. 정숙성만을 강조했던 구형과 달리 묵직한 배기음이 들려왔다.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서스펜션(차체 하단 충격흡수장치)의 세팅이다. 신형 제네시스 하체는 이전 현대차 모델에서 경험하지 못했던 유연성과 탄탄함을 갖고 있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전자제어 서스펜션이 ‘부르르’ 하는 진동으로 충격을 가볍게 흡수하는 느낌은 외산 고급차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었다. 급격한 코너링 구간에서도 큰 불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KIC 서킷의 급격한 회전구간을 시속 80km로 통과할 때는 차가 미끄러지거나 전자제어장치가 개입되는 일 없이 단단히 지면을 움켜쥐었다.

시승차는 AWD를 달고 있어서 회전반경을 날카롭게 돌아나가는 느낌은 후륜구동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하지만 좌우 구동력이 제법 빠르게 배분됐기 때문에 운전의 재미를 반감시킬 정도는 아니었다. 전반적으로 미국차의 안락함과 유럽차의 단단함의 중간 형태를 구현했다. 보다 넓은 범위의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주행감각의 구현은 전보다 크게 개선된 차체 강성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가 강조하고 있는 섀시(뼈대) 구조의 진화는 물론, 엔진룸 내부에 스트럿바(차체 지지대)까지 장착해 강한 뼈대를 만드는 데 노력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디자인은 전반적으로 스포츠세단을 연상케 한다. 화려한 장식선을 자제하고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인상을 준다. 실내 공간은 앞좌석과 뒷좌석 모두 성인 남성이 타기에 넉넉하다. 편의장치는 국산차로는 최고 수준이다. 비슷한 가격대 수입차와 비교해도 내실을 갖췄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를 BMW, 벤츠의 경쟁상대로 내세우고 있다. 편의장치는 확실히 앞서있고 주행감각은 근접한 수준까지 따라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직 더 좋아질 여지가 있지만 현재 한국 자동차산업을 대표하는 차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신형 제네시스의 공인 연료소비효율(연비)은 모델에 따라 L당 8.5∼9.4km. 시승차는 L당 8.8km의 연비를 갖춘 모델이다. 늘어난 무게로 연비가 나빠질 것이란 우려가 있었지만 고배기량의 대형 세단으로는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정도다. 판매가는 4660만∼6960만 원. AWD를 선택하면 250만 원이 추가된다. 추천 모델은 5510만 원인 ‘G380 익스클루시브’로 일반적인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편의장치를 대부분 갖추고 있다.

영암=이진석 기자 ge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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