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도 훌륭한 기도랍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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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대교구 신부 13명으로 구성된 밴드 ‘민옥이’

천주교 대구대교구 소속 신부들이 만든 ‘민옥이’ 밴드가 대구 동구 신천동의 한 연습실에 모여 연습하는 모습. 성당 소속 신부들은 매주 월요일만 쉬는데 이들은 꿀맛 같은 휴일을 반납하고 연습에 매진한다. 미래사목연구소 제공
천주교 대구대교구 소속 신부들이 만든 ‘민옥이’ 밴드가 대구 동구 신천동의 한 연습실에 모여 연습하는 모습. 성당 소속 신부들은 매주 월요일만 쉬는데 이들은 꿀맛 같은 휴일을 반납하고 연습에 매진한다. 미래사목연구소 제공
“우리 민옥이 만나러 성당 가자.”

‘민옥이’라니, 성당에 트로트 가수라도 온 걸까.

지난달 25일 저녁, 월요일인 데다 겨울비까지 내렸지만 대구 삼덕젊은이성당에는 민옥이를 만나러 온 신자 300여 명이 모였다. 황영삼 신부가 “아이고 비도 오는데 여까정 와줘서 고맙십니더”라고 인사하자 박수가 울려 퍼졌다.

민옥이의 정체는 천주교 대구대교구 신부 13명으로 구성된 사제 밴드. 신부들은 인사말이 끝나자 보컬 드럼 건반 베이스를 맡아 성가 ‘내 맘에 주님 오시길 원해’를 들려줬다.

이날 기도회 인도를 맡은 박준용 신부는 11월 위령성월을 맞아 죽음을 주제로 신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그는 자신의 영정 사진과 유언장을 들고 나와 무거운 주제를 술술 풀어 나갔다. 신자들은 “역시 민옥이!”라며 호응을 아끼지 않았다.

민옥이 밴드로 활약 중인 천주교 대구대교구 2∼8년차 젊은 신부들을 17일 대구 계산문화관에서 만났다. 원래 이름은 ‘B.O.F’(Band of Father)이지만 이들이 진행하는 ‘미사와 함께하는 노래기도’의 줄임말인 ‘미노기’가 유명해지면서 친근감을 가미한 ‘민옥이’가 됐다.

이날 인터뷰에는 13명 중 황영삼(건반·35) 박준용(보컬·34) 장경식(일렉기타·32) 김병흥(베이스·30) 황은모(보컬·30) 김요한(신시사이저·29) 신부가 참가했다. 신부 수만 따지면 전국 최대 규모 밴드라고 한다.

2005년 신학교 동기 5명이 밴드 활동을 시작한 게 출발점이 됐다. 청년세대에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서였다. 황영삼 신부는 “개신교에선 찬양 문화가 발달돼 있는데 천주교는 적극 활용하지 못했다. 찬양도 좋은 기도 방법이라 노래기도를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민옥이 콘서트는 지난달까지 모두 32차례 열렸다. 기도회 때마다 2, 3개월을 준비해 매번 새로운 무대를 선보인다. 토크쇼 콩트 뮤지컬이 가미될 때도 있다. 소외된 이웃을 위한 공연에선 트로트와 인기 가요를 신나게 연주하기도 한다. 고정 팬 수십 명은 매번 색다른 민옥이 무대를 만나려고 일정을 챙기기도 한다.

김요한 신부는 “요즘 청년들이 갑갑하고 목말라하는데 여기 오면 샘을 만난 것처럼 즐거워한다. 위로와 용기를 얻어가는 신자들의 모습을 보면 쉬는 날 연습하는 것도 전혀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박준용 신부는 “성탄절이면 어딜 가나 캐럴이 울려 퍼진다. 그 속에는 예수 탄생을 기뻐하며 사랑을 전하고 나누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가까운 사람하고만 선물을 주고받지 말고 주변 이웃에게 시선을 돌리는 성탄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대구=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민옥이#천주교 대구대교구 신부#사제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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