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는 막혔어도 韓日 춤 - 음악은 어우러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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駐日 한국문화원서 문화교류 공연
양국 무용단-연주자들 한무대 올라

17일 한일문화교류 공연에서 고우면서도 역동적인 몸짓으로 큰 박수를 받은 디딤무용단의 ‘춘설’. 무용사진작가 한용훈 씨 제공
17일 한일문화교류 공연에서 고우면서도 역동적인 몸짓으로 큰 박수를 받은 디딤무용단의 ‘춘설’. 무용사진작가 한용훈 씨 제공
한국과 일본의 춤과 음악, 언어가 함께 어우러졌다.

한일 양국의 과거와 현재를 담아낸 공연 ‘엔·えん(緣·演·宴)’이 17일 도쿄 요쓰야에 있는 주일 한국문화원 한마당홀에서 열렸다. 일한문화교류기금(이사장 오노 마사아키·小野正昭)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한일·일한 문화교류회의가 공동 주최한 공연이다. 사회를 맡은 아나운서 오모모 미요코(大桃美代子)는 “문화교류의 힘이 강하다”며 양국의 공연을 소개했다.

1부에서는 양국의 과거가 무대를 수놓았다. 한국의 디딤무용단이 봄을 그리는 전통무용 ‘춘설’을 선보인 데 이어 눈 덮인 겨울과 꽃 피는 여름을 표현한 일본 가부키 ‘청명의 보(淸明の譜)’가 뒤를 이었다.

안숙선 명창이 고수 이태백의 장단에 맞춰 판소리 ‘춘향가’ 중 ‘이별가’를 선보이자 300여 객석을 가득 메운 일본인 관객의 눈과 귀가 무대로 집중됐다. 관객 하세가와 에이코(長谷川映子) 씨는 “다이내믹한 한국 무용과 느리고 정적인 일본 무용을 비교해 보는 재미가 있었다”고 말했다.

2부에서는 ‘한일의 향연’을 주제로 한 한국과 일본의 재즈 경연이 펼쳐졌다. 일본 재즈팀 ‘이소미 히로시 콰르텟’, 한국의 남궁연(드럼) 물렁곈(피아노·노래) 민영치(장구)가 무대에 올랐다. 민영치의 장구 가락이 일본의 재즈와 얽혀 들었다. 일본 연주자들도 고갯짓을 하며 장구 리듬에 몸을 맡겼다.

기타리스트 오다케 시로(大竹史朗)와 플루티스트 김희숙의 합동 연주에 이어 일본 피아니스트 아다치 도모히로(安達明博)의 반주에 맞춰 소프라노 전월선이 ‘아리랑’과 ‘사쿠라(벚꽃)’ ‘고향의 봄’과 ‘후루사토(고향)’를 한국어와 일본어로 불렀다.

한일문화교류회의 위원으로 이번 공연의 연출을 맡은 무용가 국수호 씨는 “양국 간 외교관계가 어려운 지금, 문화가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는 자리였다”며 “문화를 통해 어려운 난제들이 풀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한문화교류기금은 이날 공연에 일본 정계와 문화예술계 인사들을 초청했다. 무토 마사토시(武藤正敏) 씨를 포함해 전직 주한 일본대사 4명이 공연장을 찾았다. 무토 전 대사는 “한국과 일본은 바깥에서 볼 때 닮았지만 자세히 보면 차이점이 많다. 이번 공연에서도 그 점을 발견했다. 차이를 이해하면서 서로를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문화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도쿄=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문화교류#한국#일본#춘설#청명의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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