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치로 돌아온 갈색 폭격기 “연습공 하루 1000개 때려주죠”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코멘트

삼성화재 신진식의 솔직토크

삼성화재의 겨울리그 9연패를 이끌었던 ‘갈색 폭격기’ 신진식이 은퇴 6년 만에 코치가 돼 친정으로 돌아왔다. 그는 요즘 후배들을 위해 많게는 하루에 1000개가 넘는 공을 때린다. 실업 시절을 포함해 우승 기념 스티커가 한쪽 벽을 가득 메운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 체육관에서 신 코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탁월한 점프력을 앞세워 상대 블로커들을 무력화했던 삼성화재 선수 시절의 신 코치.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삼성화재의 겨울리그 9연패를 이끌었던 ‘갈색 폭격기’ 신진식이 은퇴 6년 만에 코치가 돼 친정으로 돌아왔다. 그는 요즘 후배들을 위해 많게는 하루에 1000개가 넘는 공을 때린다. 실업 시절을 포함해 우승 기념 스티커가 한쪽 벽을 가득 메운 경기 용인시 삼성트레이닝센터 체육관에서 신 코치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탁월한 점프력을 앞세워 상대 블로커들을 무력화했던 삼성화재 선수 시절의 신 코치. 용인=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공이 그렇게 비실비실해 훈련이 제대로 되겠어? 몸무게부터 늘려!”

올 시즌 프로배구 개막을 앞두고 친정인 삼성화재로 돌아온 신진식 코치(38)는 훈련 첫날부터 신치용 감독에게 쓴소리를 들었다. 선수들의 연습을 위해 때려 준 공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었다. 신 코치는 “부끄러웠지만 감독님 말씀이 맞다. 그때부터 근육을 키워 체중을 4kg 정도 늘렸다. 지금은 76kg인데 80kg까지 만드는 게 목표다.”

신진식이 누구인가. 1990년대 중반부터 10여 년 동안 김세진 러시앤캐시 감독과 함께 한국 배구를 대표했던 거포다. 공격수로는 키(188cm)가 작았지만 90cm가 넘는 가공할 만한 점프력에 누구보다 빠른 스윙을 앞세워 ‘갈색 폭격기’로 불리며 상대 수비수의 팔을 멍들게 했던 그였다. 성균관대에 다니던 1993년 대통령배 겨울리그에서 신인상을 받았고, 이후 삼성화재 유니폼을 입고 4차례나 겨울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던 그다. 그런 신 코치가 때린 공이 비실비실하다니….

“2007년 12월에 코트를 떠났으니 벌써 6년이 흘렀다. 아무래도 선수 시절만큼 공에 파워가 실릴 수는 없지 않겠나. 그래도 근육을 늘린 뒤 공에 힘이 좀 붙었다.”(웃음)

은퇴 직후 호주로 어학연수를 떠나 2년 반쯤 한국을 떠나 있던 그는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 대표팀 트레이너를 맡아 코트로 돌아왔다. 이후 스포츠전문채널 해설위원을 했고 2011년 5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홍익대 감독을 지냈다.

“삼성화재에 돌아오기 위해 그동안 여러 일을 한 것 같다. 꼭 오고 싶었지만 이렇게 빨리 기회가 올 줄은 몰랐다. 아직 코치를 한 지 2개월도 안 됐지만 배운 게 정말 많다.”

그의 요즘 일과는 선수 시절보다 바쁘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오전·오후·야간 3차례 훈련 시간에 쉴 새 없이 공을 때린다. 3명의 코치 중 막내여서 후보 선수들의 ‘나머지 훈련’도 그가 챙겨야 한다.

“하루에 1000개 넘는 공을 때릴 때도 있다. 선수 때도 이렇겐 안 했다. 야간훈련이 끝나면 녹초가 된다. 사람이니까 버티지 기계 같으면 벌써 고장이 났을 거다.”

신 코치는 삼성화재 복귀 후 쏟아지는 언론의 인터뷰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스타 출신이라는 이유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선수들이 주인공이 돼야 한다. 우승을 목표로 경기에만 몰두할 수 있게끔 코칭스태프와 프런트가 모든 걸 챙겨 줘야 한다. 코치가 돼 보니 우리 구단이 그런 걸 정말 잘한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자신의 선수 시절이 늘 화려했던 것은 아니라고 털어놨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잘하는 친구들에 얹혀 운동을 하는 ‘꼽사리 선수’였다는 것.

“전주 송천초 4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 그 학교에서 키가 두 번째로 컸는데 전국대회에 나가 보니 이건 키도 아니더라. 초등학교 감독님이 어렵게 부탁해 중학교에도 갈 수 있었다. 익산 남성고 2학년 때 운 좋게 17세 이하 청소년 대표로 뽑힌 게 특별한 기회가 됐다. (김)세진이 형 등 선배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하고 웨이트트레이닝도 체계적으로 했더니 갑자기 점프가 좋아졌다. 그해 세계대회까지 출전하고 돌아오니 상대 블로커들의 손이 눈 아래에 있더라. 고3이 되니 랭킹 1위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했다. 배구는 잘 못했어도 훈련을 열심히 한 게 쌓였던 걸까, 어쨌든 지금 되돌아봐도 신기하다.”

개막 전 전문가들이 중위권으로 예상했던 삼성화재는 요즘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10경기를 이겼고 2경기만 졌다.

“처음 왔을 때 ‘선수가 이렇게 없나’ 싶어 조금 불안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 LIG손해보험에 졌을 때는 분위기가 정말 좋지 않았다. 감독님도 ‘올 시즌은 쉽지 않으니 훈련 많이 시켜야 한다’고 강조하셨다. 그래도 선두인 걸 보면 역시 삼성화재는 다르다. 코칭스태프도 선수들도 이기는 법을 알아서인 것 같다. 올 시즌은 정말 전력이 평준화됐다. 꼴찌는 누가 할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 하나, 우승은 또 우리가 할 것이다.”

용인=이승건 기자 why@donga.com
#프로배구#삼성화재#신진식 코치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