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1조원대 담배소송 내년3월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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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회사 상대 폐암 진료비 부담금 432억 1차 손배소 준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흡연으로 인한 피해의 책임을 묻겠다며 내년 3월 담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시작한다. 개인이 아니라 공공기관이 제기하는 최초의 담배소송이 되는 셈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18일 “담배 소송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국내에서 담배를 판매하는 KT&G를 비롯한 모든 회사가 소송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송 시기는 이르면 내년 3월, 늦어도 상반기로 예상된다.

건보공단은 1차 소송에서 담배회사들이 432억 원 정도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할 계획이다. 이는 2010년 폐암과 관련해 공단이 부담했던 진료비 액수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소송 규모를 점차 확대하면 공단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예측한 담배피해 전체비용(최대 1조7000억 원)으로 소송가액이 늘어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또 건보공단은 흡연 소송의 절차와 대상을 정할 ‘담배소송법’의 입법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국내법에는 흡연 소송과 관련된 별도의 법률이 없다. 미국과 캐나다에는 이런 법률이 있어 소송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김종대 건보공단 이사장은 개인 블로그에서 “2010년 한 해 4397명이 소세포암(폐암)으로 진료를 받았다. 이들에 대한 환수소송을 진행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공단이 손해배상 소송에 나서기로 결정한 이유는 흡연이 질병 위험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증명했다는 판단에서다. 공단이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과 공동으로 8월 발표한 빅데이터 세미나 자료에 따르면 흡연 남성의 암 발병률은 비흡연자에 비해 최대 6.5배까지 높았다. 흡연 피해로 공단이 지불한 진료비 역시 1조7000억 원 정도로 2011년 전체 진료비의 3.7%나 됐다.

대법원에 계류 중인 담배소송의 경우 원고의 폐암이 흡연에 의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한 2심(항소심) 재판부의 판단 역시 공단이 소송을 결심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 2심 재판부는 “원고에게 발생한 폐암을 모두 흡연으로 인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담배회사들은 건보공단이 소송에 착수해도 담배회사의 과실과 책임을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KT&G 관계자는 “이미 개인이 제기한 모든 담배소송에서 담배회사의 위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 향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해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건보공단#담배소송#폐암진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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