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이나 잡으려 통큰 지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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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스값 대폭 할인-국채매입 포함… 21조원 규모 ‘포괄적 협정’ 서명

러시아가 유럽연합(EU)과의 협력협정 체결 쪽으로 기울고 있는 우크라이나를 되돌리기 위해 파격적인 물량 공세를 펼쳤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7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빅토르 야누코비치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200억 달러(약 21조500억 원) 규모의 ‘포괄적인 경제협정’에 서명했다. 이런 파격적 지원은 옛 소련 국가 중 러시아 다음으로 큰 경제권을 지닌 우크라이나가 EU의 영향권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 러시아는 올해와 내년에 우크라이나 국채 150억 달러어치를 매입하겠다고 밝혔으며 올 7월부터 이어졌던 우크라이나 제품 금수 조치도 해제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국영 업체인 가스프롬으로부터 현재 1000m³당 400달러 수준인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내년 1월 1일부터 기존의 3분의 2 수준인 268.5달러에 수입하기로 했다. 천연가스 저가 수입 효과는 약 50억 달러에 이른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는 전략적 파트너이자 동맹국”이라며 “이 도움은 어떤 조건과도 연계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EU는 우크라이나와의 협력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10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는 대신에 가스·난방비 40% 인상, 월급과 최저임금 동결, 예산 지출 대폭 삭감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었다.

러시아의 지원 결정을 두고 내부에서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러시아 야당 측은 천연가스 할인이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한 경제전문가는 “우크라이나에 빌려줄 150억 달러는 러시아 국민의 연금 지불에 사용할 돈”이라고 꼬집었다.

러시아가 아닌 EU와의 협력협정 체결을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반정부 시위대는 “우크라이나 국익에 반하는 굴욕적 행위를 자행했다”며 야누코비치 대통령을 비난하기도 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푸틴#우크라이나#가스#포괄적 협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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