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수단 정부군-반군 사흘째 교전 1000여명 사상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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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 주바 전역 야간 통행금지령… 주민 2만여명 인근 유엔기지 피신

아프리카 북동부의 산유국인 남수단에서 정부군과 반군세력 간에 총격전이 사흘째 이어져 1000명 이상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유혈 사태가 격화되고 있다.

제라르 아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의장(주유엔 프랑스대사)은 17일 안보리 비공개 회의에서 남수단 수도 주바의 병원에 시신 400∼500구가 실려 왔고 부상자가 약 8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주바 전역에는 야간통행금지령이 내려졌으며 주민 2만여 명이 인근 유엔기지 영내로 피신했다. 이번 충돌은 15일 밤부터 살파 키르 대통령이 이끄는 정부군과 반대파 군인들이 벌인 총격전으로 시작됐다. 수전 페이지 남수단 주재 미국대사는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통화에서 “거리에서 사람을 사냥하는 모습은 공포 그 자체”라고 말했다. 키르 대통령은 16일 “여당인 수단인민해방운동(SPLM)의 회의 도중에 제복을 입은 사람들이 총격을 하기 시작했다”며 “쿠데타 시도를 완전히 격퇴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7일에도 대통령궁 인근에서 총성이 들렸다고 CNN이 보도했다.

이번 쿠데타의 주동자로 지목된 리에크 마차르 전 부통령은 SPLM 내 대통령 반대파의 수장으로 7월에 전격 해임됐다. 마차르 전 부통령의 행방은 파악되지 않았지만 그의 집은 탱크 포격으로 완전히 부서졌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정부는 이날 전직 재무 법무 내무장관 등 고위 정치인 10명을 쿠데타 기도혐의로 체포했다. 이 밖에도 정부는 수단과 석유 협상을 책임지고 있던 파간 아뭄 오케치 전 SPLM 사무총장 등 4명을 수배했다.

남수단은 2011년 7월 수단에서 분리 독립한 이후 종족 간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키르 대통령은 최대 종족인 딩카 족, 마차르 전 부통령은 두 번째인 누에르 족 출신이다. 수단과의 석유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경제난도 심화돼 키르 대통령에 대한 불만과 종족 분열이 가중돼 왔다.

그러나 2015년 대선 출마를 공언해 온 마차르 전 부통령은 18일 자신이 쿠데타를 일으켜 정부를 전복시키려 했다는 당국의 주장이 모두 음모라고 주장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마차르 전 부통령은 이날 ‘수단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수도 주바에서 벌어지고 있는 최근 사태는 키르 대통령 정부군의 내부 분열에 따른 것”이라며 “쿠데타 시도와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와 집권 여당인 SPLM 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쿠데타 음모를 씌워 우리를 제거하는 것이 키르 대통령이 원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더이상 그를 남수단의 대통령으로 원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이날 자국민의 남수단에 대한 여행 금지 경보를 발령하고 주재 외교관들에게는 공관 업무를 중단하고 비상 인력만 남긴 채 즉시 철수하라고 지시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키르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반대파에 대화를 제안하고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파리=전승훈 특파원 raphy@donga.com
#남수단#주바#피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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