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희 감독 “지금 필요한 건 마음비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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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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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 높은 선수들은 여전히 없지만 달라졌다. 참담했던 과거도 털어냈다. 끈끈한 조직 배구를 펼치는 여자배구 인삼공사의 행진이 눈길을 끈다. 스포츠동아DB
이름값 높은 선수들은 여전히 없지만 달라졌다. 참담했던 과거도 털어냈다. 끈끈한 조직 배구를 펼치는 여자배구 인삼공사의 행진이 눈길을 끈다. 스포츠동아DB
■ 작년 꼴찌 인삼공사, 희망과 성장통

지난해 20연패 수모 등 총체적 난국
올시즌 단내나는 훈련으로 체질개선
1R 잘나가다 2R 4연패…정신 재무장


흥국생명과 KGC인삼공사의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2라운드가 벌어진 15일 인천 계양체육관. 인삼공사 이성희(46) 감독은 돌부처라도 된 듯 했다. 팀이 득점을 해도 기뻐하는 기색이 없었고, 실점을 하거나 선수들이 실수를 해도 질책 한 번 안 했다. 경기 중 이따금씩 뭔가를 주문할 뿐이었다. 인삼공사가 3-1 승리를 거둔 뒤에도 이 감독은 무표정했다.

● 내려놓고 비운 뒤…

경기 후 이 감독을 잠시 만났다.

“너무 무기력해 보인다. 무슨 일이 있으신 것 아니냐”고 묻자 그는 “그건 아니에요”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 감독은 지난 시즌과 올 시즌 1라운드 이야기를 꺼냈다.

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30경기 중 5번만 이겼다. 작년 11월부터 올 2월까지 20연패를 당했다. 나름 이유는 있었다. 주전 세터 한수지가 수술로 개점 휴업했고, 고참들의 은퇴로 전력이 약화됐다. 설상가상 시즌 도중 외국인 선수도 교체했다. 총체적 난국이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이 감독은 세터 이재은과 센터 이보람을 보강했다. 외국인 선수로는 브라질 출신 조이스가 왔다. 그러나 전력이 크게 상승한 것은 아니었다. 조이스도 다른 외국인 선수에 비하면 탑 클래스가 아니다.

권토중래를 꿈꿨던 인삼공사의 해결책은 훈련이었다. 인삼공사는 입에서 단내 나는 강 훈련을 소화하며 올 시즌을 준비했다. 이 감독은 “우리는 상대 스파이크를 끈질기게 받아 올려서 상대의 범실을 유도하는 플레이로 맞설 수밖에 없어요. 그러려면 수비와 체력, 조직력이 필수에요”라고 말했다.

1라운드는 통했다. 인삼공사는 1라운드 5경기에서 세트 당 리시브가 7.88개, 디그가 20.76개로 모두 1위였다. 리시브와 디그 모두 타 팀과 격차가 꽤 났다.

그러나 예상 밖 선전이 독이 됐다. 2라운드에서 4연패로 무너졌다. 이 감독은 “뭔가 되는구나 생각이 들자 나부터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선수들도 힘이 들어가고 부담이 생기자 플레이가 꼬였어요”라고 털어놨다. 특히 2라운드 첫 경기였던 현대건설전이 결정타였다. 다 이겨 놓은 게임을 2-3으로 내주면서 작년 연패의 악몽이 찾아왔다. 2라운드 4연패를 당할 때 세트 당 디그가 17.8개로 뚝 떨어졌다.

이 감독부터 바뀌어야 했다. 그는 “스스로 느낀 게 많아요. 초반 성적이 좋으니 조급해졌고, 선수들에게도 이런 것이 전달된 것 같아요. 나부터 여유를 찾자고 다짐 했어요”라고 했다. 돌부처가 된 게 다 이유 있는 변신이었던 것이다. 인삼공사는 2라운드 최종전에서 흥국생명을 누르며 4연패에서 탈출했다.

인삼공사의 3라운드 첫 경기는 21일 현대건설 원정이다. 2라운드 때 뼈아픈 패배를 안긴 바로 그 팀. “선수들 각오가 대단하겠다”고 하자 이 감독이 담담하게 답했다.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기로 했다니까요. 편하게 하라고 할 겁니다.”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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