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로 쑥쑥 큰 네덜란드 푸드밸리, GDP의 10% 차지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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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단지 ‘푸드폴리스’로 國富 쌓는다]<하>해외 사례로 본 미래

네덜란드 바헤닝언 시에 위치한 ‘푸드밸리’ 식품단지에서 한 연구자가 실험실에 보관 중인 감자 종자를 살펴보고 있다. 동아일보 DB
네덜란드 바헤닝언 시에 위치한 ‘푸드밸리’ 식품단지에서 한 연구자가 실험실에 보관 중인 감자 종자를 살펴보고 있다. 동아일보 DB
네덜란드 수도인 암스테르담에서 동남쪽으로 85km 떨어진 도시인 바헤닝언 시(市). 언뜻 보면 한적한 지방도시 같지만 네덜란드 경제의 한 축을 지탱하는 곳이다. 이 도시의 식품단지 ‘푸드밸리’에는 세계 최대의 케첩업체인 하인즈와 네덜란드 맥주회사 하이네켄, 미국의 농업기업인 몬산토 등 쟁쟁한 글로벌 식품기업의 지사와 연구소 1400여 개가 몰려 있다. 푸드밸리에서 나오는 연간 매출만 630억 달러(약 66조2000억 원)로 네덜란드 국내총생산(GDP)의 약 10%를 차지한다.

한국 정부가 2015년까지 전북 익산시에 조성할 ‘푸드폴리스(food-polis)’는 이곳을 모델로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푸드폴리스를 ‘동북아 푸드 허브’로 키우려면 연구기능을 강화하고 투자환경을 개선하는 등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 연구개발(R&D) 역량이 성패 가른다

네덜란드 푸드밸리의 핵심은 연구개발(R&D) 기능이다. 국립농업연구청인 ‘DLO’와 국립대인 바헤닝언대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바헤닝언대 연구센터’는 이곳에서 농업 분야의 기초연구부터 식품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실용기술까지 폭넓은 분야를 연구한다. 교육과 연구를 병행하는 동시에 각종 정책 프로젝트도 수행해 ‘푸드밸리의 ‘두뇌’로 불린다. 여러 주체들이 모여서 발생하는 ‘집적 효과’도 강점이다. 푸드밸리 입주기업이 연구개발을 하다가 난관에 부닥치면 푸드밸리 운영자인 ‘푸드밸리재단’에 도움을 요청한다. 이 재단은 입주한 다른 기관과 기업에 도움을 요청해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준다.

개별 기업이 하기 힘든 연구를 공동으로 실시하기도 한다. 푸드밸리 내에 있는 ‘미래식당(restaurant of future)’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식품 소비자의 행동을 연구하는 장소다. 고객의 동의를 얻어 폐쇄회로(CC)로 소비자들의 행동을 관찰하며 제품 디자인, 진열방식 등이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다.

덴마크과 스웨덴의 국경지대에 있는 식품클러스터 ‘외레순’은 ‘식품업계의 실리콘 밸리’로 불리는 곳이다. 전통적으로 낙농지역이던 이곳은 세계적 식품기업과 연구소들이 입주해 기능성식품 개발 등에 잇따라 성공하면서 첨단 산업지대로 변모했다. 외레순 내 ‘이데온 사이언스 파크’는 스웨덴 룬트대의 연구 성과를 상업화하는 곳이다. 외레순에 입주해 있는 ‘프로보(PROBO) AB’는 룬트대의 연구를 기초로 분사(分社)해 나온 식품 벤처기업으로 유산균 음료인 ‘프로비바(Proviva)’를 만들어 연간 160억 원 정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 ‘푸드 폴리스’ 식품클러스터의 허브 돼야

한국 정부도 이런 해외 사례들을 벤치마크해 익산의 푸드폴리스에 기업들의 연구소와 공장을 유치하고, 식품 기능성평가센터, 파일럿플랜트, 식품품질안전센터 등을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기반시설 등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는 “고부가가치 식품을 개발하려면 연구기능이 필수”라며 “푸드폴리스가 성공하려면 학교와 기업, 정부가 제대로 협업할 수 있는 R&D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푸드폴리스에 현재 88곳의 국내외 기업이 입주의향을 밝혔지만 시너지 효과를 높이려면 더 많은 기업이 몰려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북의 ‘순창 고추장 클러스터’와 ‘임실 치즈 마을’ 등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지역식품 클러스터와 유기적인 연계가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최지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지역 단위의 클러스터에 필요한 기술을 국가단위 클러스터인 푸드폴리스가 제공하는 형태가 바람직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주 포도산지인 내파밸리가 와인을 생산하면서 연간 1900만 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여 30만9000명의 고용효과를 내는 것처럼 중장기적으로 관광산업 등과 연계하는 전략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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