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동서남북]시장-도지사 출마 경쟁… 비전은 뭔가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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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대구의 밝은 미래가 현실화되도록 만들겠다.” “활력 넘치는 창조 시정(市政)을 실현하겠다.” “도전과 변화로 경북의 위상을 재정립하겠다.”

내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에 출마하려는 인사들이 유권자를 향해 던진 말이다. 지역의 절실한 현안은 뒷전인 채 하나마나한 구호 일색이어서 기대보다 실망감이 앞선다. 한 출마 예상자는 “시민이 원하면 대구시장에 출마하겠다”고도 했다. ‘어떻게 해서라도 시민이 원하는 후보가 되겠다’는 의지는 찾기 어려운 오만한 발상이다.

눈에 띄는 경쟁이 없는 가운데 치러지곤 하던 이전 선거와 달리 벌써 여러 명이 출마 뜻을 밝힌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지역을 위한 구체적인 비전도 없이 너도나도 슬로건만 외치는 모습은 그다지 의미가 없다. 잇따른 출마 선언에도 주민들의 반응이 냉담한 이유도 이 같은 맥 빠지는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출마 예상자들이 대구와 경북을 낮춰보면서 무슨 반사이익이라도 얻을 것처럼 하는 언행도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대구가 모든 면에서 너무나 활력을 잃고 있다”거나 “웅도 경북이 위상을 잃고 변방으로 간주되는 게 현실이다”와 같은 말이 그것이다.

현재의 민선 5기가 성과 없이 그저 세월만 보낸 것은 아니다. 대구는 2011년 세계육상대회와 올해 세계에너지총회 개최를 비롯해 첨단의료복합단지, 국가산업단지, 테크노폴리스 조성, 미소친절 범시민운동 등 미래를 향한 노력을 절실하게 추진하고 있다. 경북도 마찬가지다. 숙원인 도청 이전도 내년에 안동에서 실현하며 투자유치 등도 활발하다. 경북도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경북정체성 정책도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신적 가치가 되는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출마 예상자들은 하나같이 ‘경제를 살리겠다’ ‘세대교체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하지만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없다.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조차 보이지 않는다.

대구의 미래 동력인 첨단의료복합산업단지를 충북 오송의 의료단지와 어떻게 차별화해서 경쟁력을 높일 것인지, 변화를 꺼린다는 부정적인 대구 이미지를 어떻게 바꿀 것인지 등에 대한 최소한의 대책도 제시하지 못한다. 새 도청 시대를 맞아 시도 가운데 면적이 가장 넓은 경북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성찰도 보이지 않는다.

‘인생 3모작’ 시대에 단체장의 나이 같은 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다. 현직이든 아니든 550만 시도민이 공감할 수 있는 구체적 비전과 대안이 지방선거의 핵심 기준이 돼야 할 것이다. 거창한 슬로건으로 유권자를 솔깃하게 만들려고 하는 얕은 생각에 그치면 되겠는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를 꿈꾸는 주자들은 지금처럼 안일한 태도를 접고 주민들이 유쾌한 마음으로 한 명 한 명 평가할 수 있도록 해야 대구 경북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이권효·대구경북본부장 boriam@donga.com
#대구시장#경북도지사#출마 예상자#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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