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벤트는 끝… 약속은 소비자가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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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18일 2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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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3일, 공기계 개통과 관련된 내용을 취재하고자 삼성 모바일샵을 방문했습니다. 신도림 디큐브시티점에서 갤럭시노트3 공기계를 2대 구입했습니다. 마침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삼성 모바일샵에서 단말기를 2대 이상 구매한 고객에게는 휴대폰 보조 배터리팩, 1인 영화예매카드 등의 사은품을 증정한다는 이벤트였습니다. 갤럭시노트3를 2대 구입해 휴대폰 보조 배터리팩을 증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이벤트는 디큐브시티점을 비롯해 전국 20개 매장에서 진행됐습니다.


삼성 모바일샵 담당자는 "현재 휴대폰 보조 배터리팩은 발주 신청을 넣어야 합니다. 연락처를 적어주시면 배송해 드리겠습니다"라고 안내했습니다. 이에 연락처를 적은 뒤 사무실로 돌아갔고, 그 뒤로 이런저런 일이 바빠 까맣게 잊어버렸습니다.

그리고 11월 20일, 디큐브시티에 점심 식사를 하러 갔다가 문득 아직 휴대폰 보조 배터리팩을 받지 못한 것이 생각났습니다. 식사 장소와도 가까웠던 겸, 매장을 방문했습니다. 담당자는 "죄송합니다. 발주 서버 문제로 아직 신청하지 못했습니다. 죄송하지만, 다시 연락처를 적어주시면 배송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시 연락처를 적었습니다. 그리고 30분 뒤 전화가 왔습니다. "다음 주 금요일 경에 배송될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요.

다음 주 금요일(11월 27일)이 돌아왔지만 배송이 오지 않더군요. 사실, 배터리팩에 그다지 관심은 없었습니다. 배송이 늦을 수도 있고, IT 전문매체인 만큼 사무실에는 휴대폰 보조배터리가 넘쳐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12월 13일. 디큐브시티에서 점심 식사를 했습니다. 문득 아직 사은품을 지급받지 못했던 것이 다시 기억났습니다. 배터리팩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지만, 이벤트 기간이 11월 30일부로 종료가 되었는데다 몇 주 동안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뭔가 사정이 있을 듯해서 매장을 방문해 보았습니다.

담당자는 "네 고객님, 그 때 갤럭시노트3 2대 구입했던 것 기억하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저희가 발주 서버에 문제가 있어서 아직 사은품을 주문하지 못했습니다. 연락처를 적어주시면 배송해 드리겠습니다".

매장을 세 번째 방문하는데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똑같은 이야기만 반복해서 들으니 황당했습니다. 또한, 삼성전자와 같은 대기업에서 발주 서버 문제를 한 달 동안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 의아했습니다. 만약 서버 문제를 오랫동안 해결할 수 없었다면, 고객이 여러 차례 방문하기 전에 미리 양해 전화라도 주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여기서 삼성 모바일샵 담당자는 "정말 죄송합니다. 현재 서버 고장으로 인해 해당 이벤트 상품을 전국적으로 배송하지 못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전국적으로 배송에 문제가 있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좀 더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혹시 전국적으로 배송이 되지 않고 있다면 그만큼 이벤트 상품을 기다리며 불만을 품고 있을 소비자들이 많다는 것이니까요. (실제로 연락처를 적어달라고 한 노트에는 다른 사람들의 연락처가 가득했습니다)

이에 보다 정확한 사실을 확인하고자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에 문의했습니다. 그리고 커뮤니케이션팀 측의 발 빠른 조사로 금세 답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실수가 있었습니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팀에 따르면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당 이벤트는 삼성판매주식회사(구 삼성 리빙프라자)에서 담당했고, 전국 매장 중 20개점에서 판촉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디큐브시티점은 본래 판촉점이 아니었으나 착오가 생겨 갑작스레 판촉을 담당하게 된 것이지요. 결국 디큐브시티점은 판촉에 필요한 전산 구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해당 이벤트를 진행하게 됐고, 이에 이벤트 상품 발주를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판촉 매장 선정에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을 삼성전자와 삼성 판매주식회사는 뒤늦게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에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으나, 전산 구축에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실제로 디큐브시티점에서 사은품을 받아야 할 고객들이 오랜 기간 기다렸고, 클레임을 걸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삼성전자 커뮤니케이션 측은 "해당 이벤트에 불편을 겪은 모든 고객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합니다"라고 전했습니다. 또한 아직 사은품을 받지 못한 다른 고객들의 불만을 조속히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와 같은 문제가 있었다면 홈페이지에 공지사항을 게시하거나 해당 고객들에게 연락을 취했다면 어땠을까요. 고객들은 서버 문제가 있다는 말을 듣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다가 매장을 방문했을 것입니다. 사은품도 사은품이지만, 정확한 설명 없이 반복되는 대답을 듣는 것이 더 불쾌했을 것입니다. 해당 이벤트는 11월 둘째 주부터 진행되었는데, 12월 13일에도 배송을 받지 못했던 것이니까요.

하지만 이에 대한 대처가 미숙했습니다. 소비자는 반복적으로 연락처를 적어두는 것밖에 할 수 없었습니다. 결국 소비자는 이런 내막을 알 수 없었고, 화가 난 채 헛걸음을 반복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저 역시 세 번을 방문했으니까요. 반복되는 대답에 '상품을 주지 않는가 보다'라고 생각했거나, 심지어 오랜 시간이 지나 잊어버린 고객들도 일부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서는 '별 것도 아닌데 넘어갈 수도 있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사은품은 가벼워도 고객과의 약속은 가볍지 않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12월 14일, 오전 11시에 배터리팩을 전달받을 수 있었지만 마음은 씁쓸했습니다. 아무래도 기업에서 진행하는 행사에서 소비자가 각종 혜택을 받으려면 좀 더 꼼꼼히 확인을 해야 할 듯합니다. 기업과 소비자와의 약속을 더 중요하게 기억하는 것은 기업보다는 소비자이니까요.

글 / IT동아 안수영(syah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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