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 “정부 얘기는 억지…수서발 KTX 운영사 민영화 맞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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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설되는 수서발 KTX 운영사를 두고 민영화가 아니라는 정부와 사실상 민영화 전 단계라며 파업에 나선 철도노조가 대립하고 있는 가운데 이철 전 코레일 사장은 "정부가 하는 이야기는 억지"라며 노조의 손을 들어줬다.

이 전 사장은 18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와 인터뷰에서 "사자성어로 '위록지마(謂鹿止馬)' 라고 하던가요. 이익을 목표로 하는 투자를 받는 그런 기관이면 이건 민영화"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전 사장은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 6월 코레일 사장에 취임해 2년 7개월간 코레일 사장으로 일했다. 위록지마는 '사슴을 보고 사슴이라 말하지 못하고 말이라고 말한다'는 뜻이다.

그는 "자회사(수서발 KTX운영주식회사)의 59%를 외부 자본, 연기금을 주로 하는 외부자본으로 투자를 하게 하겠다면서 '민영화가 아니다?' 나는 이게 무슨 뜻인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 안 대로 할 경우 "대단히 큰 문제가 많다"고 우려했다. 이 전 사장은 "철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게 성공하면 전력, 가스, 공항, 의료, 이렇게 줄줄이 민영화의 프로젝트가 대기하고 있다"면서 "우선 철도만 본다면 몇 개의 회사로 아마 분리할 거다. 그래서 알짜배기 회사, 흑자 나오는 회사는 재벌이나 민영 체제로 갈 것이고, 적자 노선은 폐지하거나 완전히 없애버리거나 아니면 엄청난 적자를 (보조금 형식으로) 세금으로 메워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수익성 위주로 가니까, 경쟁 체제로 가니까 안전 투자 줄어들고 안전 도외시하니까 사고가 늘어나고 서민 교통비 아마 엄청나게 늘어날 거다. 영국이나 일본 가보시면 누구든 그렇게 느낄 것"이라며 "그런데 철도 선진국은 절대 이렇게 하지 않는다. 모두 공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가는데 우리나라는 왜 철도 후진국의 모습으로 가려고 하는지. 그것도 참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KTX 빼면 코레일 전 노선이 적자이고 12조에 이르는 빚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자회사 설립이 필요하다'는 사측 주장에 대해 그는 "전혀 거꾸로"라고 단언했다.

그는 "빚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저렇게 거꾸로 해서는 안 된다. 수서발 KTX는 아주 노른자다. 적자가 늘어나니까 '그거 떼서 우리가 팔겠다' 라고 한다(는 주장은 옳지 않다)"고 지적하면서 "이 좋은 사업을 가져가 운행하면서 적자를 줄여라. 아니면 흑자를 내라.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민영화에 반대한다는 소신을 바꿨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압력 때문인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이 전 사장은 "최 사장이 작년에 '경쟁 체제, 절대로 옳지 않다. 그건 안 된다는 그런 요지의 글을 일간지에 기고했다"고 상기하면서 "아마 대통령과 정부의 강한 압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너무나 또렷하게 공공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던 최 사장께서 왜 그렇게 바뀌었는가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짐작이 있다"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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