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新중년시대]난청으로 우울증까지… 맞춤형 보청기로 자신감 회복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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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이비인후과

점점 이른 나이에 찾아오는 난청을 극복하려면 ①이비인후과적인 검사를 받고 ②청력검사를 실시한 뒤 ③의료진의 회의를 통해 처방받은 ④보청기를 착용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김성근이비인후과 제공
젊은 시절부터 음악 감상을 즐기던 김모 씨(53)는 2010년 정기검진에서 양쪽 귀에 소음성 난청과 이명을 진단받았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었지만 해가 지날수록 난청으로 대화에 어려움과 이명이 생겨 불편했다.

최근엔 음악을 들을 때 답답하게 들리거나 음감이 둔해져 취미생활을 즐기지 못할 뿐만 아니라 회사 회의나 회식자리에서 대화를 놓치거나 전화 업무 때 어려움이 생겼다. 이런 문제로 자신감이 줄어 우울증까지 발생했다.

김 씨는 여러 곳을 다니며 보청기 상담을 받았지만 간단한 검사 이후 보청기를 권하는 것에 믿음이 가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값싼 보청기를 구매해 착용해 봤지만 정확한 지식 없이 시도한터라 결국 실패를 경험하기도 했다. 갈수록 불편함이 늘어가던 중 지인의 소개로 한 이비인후과를 찾아 본인 증상에 맞는 다양한 검사를 한 뒤 알맞은 보청기를 양쪽에 처방받았다.

김 씨는 “예전엔 잘 듣기 위해 집중해야 하고 말을 놓치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로 많이 예민해져 가족과 부딪치는 일도 많았다”며 “보청기를 착용한 지 1년이 지난 요즘은 스트레스가 줄면서 여유가 생기고 아내와 함께 음악을 즐기게 돼 자연스럽게 대화도 늘었으며 회사에서 잃었던 자신감도 되찾았다”고 만족스럽게 말했다.

난청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40, 50대의 베이비부머 세대가 실버층으로 진입함에 따라 난청의 연령대가 어려지고 있다. 청신경의 노화와 함께 도시의 다양한 소음에 노출되는 것이 난청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고음을 제대로 듣지 못하는 난청 비율이 40대는 10.2%, 50대는 그 3배에 가까운 28.0%나 됐다. 사회생활이 왕성한 50대 10명 중 3명은 난청이 있다. 소음이나 노화로 인한 난청은 정상 청력으로 회복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보청기 조기착용이 필요하다.

김성근이비인후과·청각클리닉 김성근 원장은 “난청이 발견돼도 본인이 불편함을 못 느끼거나 보청기에 대한 주변의 부정적인 경험담으로 재활 치료 시기를 놓치곤 한다”며 “결국 난청이 심해진 뒤 보청기를 찾지만 이미 이때는 보청기 효과가 낮거나 적응하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정기 검진에서 난청 진단을 받았어도 미루고 미루다 청각신경이 많이 손상돼 오는 환자가 많다고 김 원장은 덧붙였다.

만약 ‘간다, 잔다, 찬다, 판다’ 같은 비슷한 말소리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고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대화하는 데 불편하거나 되묻는 횟수가 점점 늘어나고 TV 음량을 크게 듣는다면 난청을 의심해야 한다. 또 청력검사를 통해 난청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올바른 보청기 착용과 관리

청각을 담당하는 속귀는 미로처럼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속귀의 역할을 도와주는 것이 보청기다. 보청기는 단순한 청력검사만으로는 난청의 종류와 원인, 보청기 효과 등을 파악할 수 없다.

같은 정도의 난청이라도 개인별 청각기능과 난청의 특성, 소리에 대한 민감도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올바로 교정하려면 청각의 주관적, 객관적 검사와 뇌 청각기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음 하 문장 재인지도 검사’ 같은 다양한 검사를 통해 의학적으로 명확한 진단을 받아 보청기를 처방받는 것이 좋다.

김 원장은 “보청기를 잘못 처방받아 울림을 호소하거나 하울링으로 고생을 하는 사례도 많다”며 “소리 적응문제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효과로 보청기 착용에 실패해 보청기 자체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도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보청기는 잘 처방받는 것 외에도 재활 과정이 중요하다. 효과적인 재활을 하려면 귀의 질병이나 보청기 착용 뒤의 청력 변화에 대한 진단과 치료를 하는 이비인후과 전문의, 보청기를 조절해주고 정기적으로 청력을 관찰해주는 청각사, 환자를 이해하고 이끌어줄 수 있는 상담사가 하나가 되어 관리해주는 곳이 좋다.

보청기를 착용한 뒤에도 잘 듣기 위해서는 듣는 요령이나 대화법에 대해 교육을 받을 필요가 있다.

난청은 단순히 잘못 듣는 문제만은 아니다. 점점 못 듣게 되면 성격이 소극적이거나 고집스럽게 변하거나 사회활동을 못하게 됨에 따른 고립감 등의 정서적인 문제가 동반될 가능성이 있다. 또 노후에는 조기 치매의 위험이 높아진다.

김 원장은 “‘아직 잘 들리기 때문에’, ‘남들의 시선이 걱정돼서’ 같은 이유로 난청을 방치하기보다는 조기에 올바른 난청 진단과 보청기 착용을 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통해 타인과의 소통에 자신감을 되찾고 다양하고 적극적인 인간관계로 내적인 성숙함을 가짐으로써 더욱 멋스러운 중년 이후의 삶을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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