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新중년시대]“나는 꽃중년” 현실 인정하고 활력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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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50대 중년 세대들이 갖춰야 할 덕목

40대 이후 찾아오는 불청객인 중년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동아일보DB
40대 이후 찾아오는 불청객인 중년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선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동아일보DB
중년에 접어들 무렵 적지 않은 시련이 찾아온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상실감과 함께 죽음에 대한 공포에 휩싸인다. 몸도 예전 같지 않다. 어깨가 쑤시고 허리 통증이 일상화된다. 눈은 침침해진다. 인생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종종 든다. 아무도 자기 마음을 몰라준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보다 못한 인생을 살았다며 좌절하는 이도 있다. 심리적 위기다. 이를 방치하면 몸이 망가지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부를 수도 있다. 튼튼한 정신. 40, 50대의 중년 세대들이 가장 먼저 갖춰야 할 덕목이다.

중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라

공황장애는 연예인들이 많이 걸려 종종 ‘연예인병’이라고 불린다. 공황장애는 주로 중년 이후에 발생한다. 공황장애가 나타나면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밀려든다. 왜 중년 세대에서 이런 병이 생길까?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은 “아직도 인생에서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쓰러질 수 없다는 강박관념이 병을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가장 근본적인 해법은 중년이란 사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자신만 그런 게 아니라 다른 40, 50대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일깨우자. 이런 일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는 없다. 때론 기어이 해결하겠다는 노력이 스트레스가 돼 마음의 병을 만들 수도 있다.

프랑스 철학자 볼테르는 “우리는 우리의 정원을 가꿔야 한다”고 말했다. 영국의 문학가 새뮤얼 존슨은 “위대한 일들은 힘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 인내로 이뤄진다”고 언급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가들이 중년의 정신건강에 대해 말할 때 자주 거론하는 말이다. 긴 인생 과정에서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앞으로도 내 정원을 가꾸듯이, 인내하면서 왕성하게 살다 보면 정신건강이 좋아진다는 뜻이다. 결국 중년이란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얘기다.

우울증, 반드시 잡아야

40대 이후에는 남녀 모두에게서 우울증이 많이 나타난다. 쌩쌩 달리던 자동차가 어느새 가속기를 몇 번이나 밟아줘야 시동이 걸리는 고물차가 된 느낌이 괴롭기 때문이다. 커가는 자식들에게 무시당하는 씁쓸함을 견디기 힘든 점도 요인이다.

문제는 우울증이 다른 증상들을 동반한다는 데 있다. 특히 기억력이 크게 떨어지기도 한다. 이 때는 우울증이 중증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불면증도 나타난다. 수면제를 먹게 되면 우울증은 더욱 심해지고 기억력은 더 떨어진다. 나중에는 술을 마신 뒤 ‘필름’이 끊긴 것처럼 몇 분 또는 몇 시간의 기억이 통째로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하지만 중년의 우울증은 약한 감기가 아니다.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래야 ‘꽃중년’의 삶을 살 수 있다. 중년 세대에게 우울증은 등산 뒤에 찾아오는 근육통과 비슷하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마음이 지쳐 생긴 병이다. 마음을 어루만져 뭉친 근육을 풀어줘야 한다. 의사의 상담을 받아보는 게 좋다.

자신만의 꿈 찾아야 건강하다

대한민국의 중년은 쫓기듯 살아간다. 시간은 없는 데 해야 할 숙제가 너무 많은 학생과 다를 바 없다.

전문가라 불리는 많은 사람들이 이런 중년에게 “이젠 행복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는 “너무 일에 쫓기지 말고 재미를 찾아라”고도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중년 남녀는 공허할 뿐이다. 현실에서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야기 자체가 너무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김병수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인생은 축제가 아니라 ‘숙제’다. 중년은 그 숙제를 더욱 열심히 해야 할 때다. 추상적인 행복이나 즐거움을 권하면 오히려 기운만 빠진다”고 말했다. 이어 “아무개 교수가 말하는 행복, 아무개 박사가 추천하는 행복을 따라하다 보면 오히려 불행해질 수도 있다. 그 행복은 거짓행복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그 대신 김 교수는 ‘숙제’에 더욱 충실할 것을 권했다. 물론 사람마다 숙제는 다르다. 가령 일할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람은 종전처럼 일에 매진하면 된다. 그런 사람은 새로운 걸 해 보겠다며 골프나 테니스 같은 운동을 굳이 시작할 필요는 없다. ‘일 중독자’란 별명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지금 내 숙제는 뭘까. 활기찬 중년의 삶을 이어가려면 이런 고민을 해야 할 것 같다. 그 숙제를 계속 하는 것이 곧 정신건강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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