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style]조선희, 카메라는 나와 세상을 연결하는 ‘입’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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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상’ 포스터 사진작가 조선희, 포토철학과 노하우를 말하다

조선희 작가는 연일 계속된 밤샘 작업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사진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소신만큼은 확고했다. 인터뷰는 16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조 작가의 작업실(조아조아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조아조아 스튜디오 제공
조선희 작가는 연일 계속된 밤샘 작업으로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사진작가라는 직업에 대한 소신만큼은 확고했다. 인터뷰는 16일 서울 강남구에 있는 조 작가의 작업실(조아조아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다. 조아조아 스튜디오 제공
‘관상’ ‘건축학 개론’ ‘7번방의 선물’ ‘써니’…. 수년간 흥행에 성공한 이 영화들의 포스터는 모두 사진작가 조선희 씨(42)의 손을 거쳤다. 패션 화보와 광고 등 활발한 상업 사진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조 씨는 최근 TV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를 만나 사진철학과 노하우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올해 기억에 남는 작업으로 ‘관상’을 꼽았는데 이유는….

“많은 배우들과 함께하는 모든 작업이 어느 것 하나 빼 놓을 수 없이 특별하다. 그중에도 ‘관상’은 관객 900만 명을 동원한 성과의 절반이 포스터의 힘이었다는 평가를 받아 더욱 뿌듯했다. 결과물이 좋을 거라는 느낌은 촬영하는 순간 든다. 모든 박자가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 든 작업이었다. 모두 한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어서 내심 조금 긴장했다.”

―포스터 작업의 개인적 노하우가 있다면….

“2시간이 넘는 분량의 스토리를 사진 한 장에 담는 작업이다. 소설을 시로 표현하는 작업과 같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면서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핵심을 보여줘야 한다. 의뢰받은 작품의 시나리오를 반드시 모두 읽은 후에 작업을 진행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평소 촬영장에서 카리스마 있기로 유명한데….

“그렇다고 모든 결정을 하는 것은 아니다. 15∼50명의 스태프와 늘 함께하는 작업이다 보니 손발 맞추는 과정이 선행돼야 만족할 만한 결과가 나온다. 패션 화보를 촬영할 때는 특히나 내 의도를 고집할 수 없다. 모델이나 에디터의 의견을 거듭 묻고, 거꾸로 제안도 한다.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좋은 결과가 나온다.”

―사진가에게 카메라는 무엇보다 소중하다. 좋은 카메라를 판단하는 개인적 기준이 있다면….

“카메라는 내가 세상과 소통하는 ‘입’이다. 그것을 통해 나온 사진이 내 ‘말’이다. 20개가 넘는 카메라를 가지고 있는데, 최우선의 조건은 ‘속도’다. 성격이 급한 이유도 있지만 0.0001초 사이에 달라지는 모델의 표정 변화를 잡아내기 위해서는 일단 어쨌든 빨라야 한다. 중형 카메라보다 캐논 5D MarkⅡ를 선호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어떤 카메라들을 사용했나.

“필름카메라 시절에는 야시카를 썼다. 지금도 가볍고 편하게 찍을 수 있는 콤팩트 카메라를 선호한다. 캐논 파워샷 G10을 소개받아 사용해 봤는데 잡지에 써도 좋을 만큼의 결과물이 나왔다. 디자인도 필름카메라 느낌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지금은 파워샷 G16을 쓴다. 전보다 연사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졌다. 처음에는 ‘이거 왜 이렇게 빨라’ 했을 정도니까. 뷰파인더에서 보이는 색감도 좋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눈으로 보는 것과 뷰파인더에서 보는 것이 잘 맞아떨어져야 사진을 또 찍고 싶어진다. 다른 연예인들에게 이 제품을 추천하기도 했다.”

조선희 작가 <나無>
조선희 작가 <나無>
―아름다운 사진을 찍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얼마 전 우연히 나뭇잎이 빛을 받고 있는 풍경을 봤다. 그 순간의 색이 정말 예뻤다. 마침 주머니에 파워샷 G16이 있어서 꺼내 촬영했다. 기계의 감성이 소프트해 내가 담고 싶은 느낌을 잘 살려줬다. 진심을 담아낸 사진이어야 아름다울 수 있다. 시시각각 변하는 피사체의 순간과 진심을 포착하기 위해 카메라를 늘 곁에 둔다.”

―진심을 담는다…. 실제로 해보면 쉽지 않은 이야기일 것 같다.

“사진을 촬영하는 건 피사체와 연애하는 것과 같다. 시장 할머니든, 고양이든, 친구든, 피사체에 대한 어떤 감정이 내 마음에 왔을 때 카메라를 들게 된다. 그 순간의 진심이 담겨 있지 않은 사진은 의미가 없다.”

―사진을 공부하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부탁한다.

“20년 전 카메라를 처음 배울 때 대학 선배가 했던 말. ‘한발 더 가까이 가라.’ 그 한마디가 지금까지 내게 가장 중요한 나침반이 돼줬다. 오늘 한발 다가가고, 내일 한발 더 다가가면, 아무렇지도 않아진다. 두려움이 없어진다. 카메라를 통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소통 방법이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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