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취업-미래불안 대자보 공감으로 표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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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보는 ‘안녕들 하십니까’ 열풍

고려대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이 17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붙인 영문 대자보. 백연상 기자 djc@donga.com
고려대에 다니는 외국인 학생이 17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에 붙인 영문 대자보. 백연상 기자 djc@donga.com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대학가에 확산되면서 젊은 세대에 내재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불만이 집단 표출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인사말을 제목으로 내건 대자보들이 좌파·진보적 성향의 대학생들뿐만 아니라 일반 학생들 사이에서도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그만큼 젊은 세대가 그동안 ‘안녕하지 못했다’는 반증으로 해석된다. 대부분의 대학생은 비싼 등록금을 내고 학교를 졸업해도 취업에 실패해 평생 생계를 걱정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감을 안고 산다.

대학생 박모 씨(26)는 자동차 대기업에서 일하는 게 꿈이지만 지방대 출신이라는 자격지심으로 취업 불안에 시달리던 차에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보곤 사회와 현실에 대한 분노가 치밀었다. 박 씨는 “대학에 와서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지금은 바꿀 수 없는 ‘학력’으로 이미 인생이 결정된 것일 수도 있다는 분통함이 크다”며 “쌓여 왔던 분노를 표출하는 대상으로는 비판적일수록 주변으로부터 ‘개념 있다’는 평가를 받는 정부가 가장 만만하다”고 말했다.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사회 현안에 대한 정보를 손쉽고 빠르게 확보할 수 있는 환경에 살면서도 사회 이슈에 대한 참여율이 저조했던 게 사실이다. 서울 명문대생인 신모 씨(27)는 이미 한국 공인회계사 시험에 합격해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덜하지만 시험 준비에 매달리느라 사회 현안에 침묵해 직무유기를 한 느낌이었다. 신 씨는 “선배들은 학점을 포기하고 사회운동에 뛰어들어도 손쉽게 취업했다는데 우리 세대는 둘 다 같이 할 수는 없는 사회에 살고 있다”며 “대자보를 보고 마음속에 행동하고 싶은 욕망과 ‘나 혼자만 잘됐다’는 미안함이 공존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젊은 세대가 취업난에 대한 불안감과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부조리한 현실 세태에 대한 불만을 대자보를 통해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전우영 충남대 심리학과 교수는 “젊은이들은 불안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도 이를 해소할 통로를 찾지 못해 답답해했다”며 “그러던 차에 안녕함을 묻는 대자보를 보고 ‘나만 이런 감정을 느끼는 게 아니구나’라는 안도감과 동질의식에 자신을 얻고 그동안 쌓아왔던 감정을 표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제목을 내세우는 대자보가 철도노조 파업,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밀양 송전탑 건설 등 논쟁이 치열한 사회 현안에 대해 이념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친 시각을 담고 있으면서도 마치 ‘정의’인 양 강요되는 분위기가 불편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대학생 임모 씨(23·여)는 “대자보들을 보면 정치적 이슈만 담고 특정 입장을 강요해 와 닿지가 않는다. ‘안녕들 하십니까’가 실질적으로 대학생들에게 와 닿는 생활밀착형 이슈를 다뤄주면 더 큰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부 대자보에 사실관계가 검증되지 않거나 왜곡된 극단적 주장들이 담겨 있는 데 대한 비판도 나온다. 대학생 최모 씨(27)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대자보에 적어 공개하는 현상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지만 사실 확인이 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선동적인 주장을 담은 대자보를 볼 때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조동주 djc@donga.com·김수연·서동일 기자
#안녕들 하십니까#대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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