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최신 미사일 유럽접경에 배치… 주변국가들 반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2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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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사거리 500km… 핵 탑재 가능
발트3국 인근… 폴란드도 사정권

러시아가 최근 1년간 최신형 단거리 전술 미사일 ‘이스칸데르’를 발트 해 연안에 배치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미사일의 사정권에 포함된 폴란드와 발트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미국도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어 파장이 일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신(新)냉전구도가 형성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16일 AFP통신 등은 러시아 국방부가 서부군관구 지역의 이스칸데르 미사일 배치를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독일 일간지 빌트는 독일 보안기관의 기밀 위성사진 분석 결과 러시아가 발트3국 접경 지역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10기 이상 배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서부군관구는 발트 해 연안의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 주를 포함해 러시아 서쪽과 서북쪽 영토의 대부분 지역을 포함한다.

핵 탑재가 가능한 이스칸데르는 적의 미사일 시스템과 장거리 대포, 미사일방어(MD) 시설 등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최신형 무기다. 최대 사거리는 500km이며 기동성과 정확성이 뛰어나다.

러시아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주도하는 유럽 MD체제에 대응하기 위해 이스칸데르 배치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이고리 코나셴코 러시아 국방부 대변인은 “이스칸데르 배치는 어떤 국제 조약에도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폴란드 외교부는 이날 “이스칸데르 배치는 폴란드뿐 아니라 나토의 전체 문제”라며 “유럽연합(EU) 차원에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반발했다. 발트3국 국방장관들도 “발트 해 연안 국가들이 러시아의 미사일 배치로 위협을 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마리 하프 미 국무부 부대변인도 “러시아가 유럽의 안정을 해칠 조치를 자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러시아의 이 같은 조치는 이란의 미사일 위협 등을 명분으로 미국과 나토가 추진해온 유럽 MD 계획이 자국 핵 전력의 약화를 초래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인테르팍스통신은 이날 러시아가 발트 해 연안뿐 아니라 흑해 연안의 남부군관구에도 이스칸데르를 배치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최근 이란 핵 협상이 타결된 후 “MD 계획의 명분이 사라졌다”며 미국과 나토의 유럽 MD를 철회할 것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이란 변수에 관계없이 유럽 MD 계획을 강행할 방침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러시아#미사일#이스칸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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